서울시교육청 “2008 外高입시 중학 과정서 출제”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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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의 구술면접 문제가 고교 수준에서 출제되지 못하도록 교육청 장학사가 문제를 사전에 검토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 행정기관이 학생 선발 문제의 수준에 대해 권고하는 차원을 넘어서 출제에 간여하면 학생 선발의 자율성이 침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지금까지 치러진 외고 입시 문제가 중학생 수준을 넘어서 많은 수험생이 사교육을 통해 입시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2008학년도 입시부터 출제 과정에 장학사가 참여해 중학교 교과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8일 언론사 사회부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외고는 이름만 바뀌었지 옛날 명문고 부활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특수목적고라는 보조수로가 댐(평준화)에 구멍을 내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은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외고 입시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올해 외고가 출제한 고교 수준의 문제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자 이 같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본보 10월 27일자 A14면 참조

시교육청은 외고 관계자 및 중학교 교장·교사 등 6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역대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특별·일반전형 문제의 난이도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문항 수와 풀이 시간, 중학교 교과과정 적합성 등을 검토해 적절한 문항 수와 풀이 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외고에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학교별로 출제하는 특별전형 문제를 6개 외고가 공통으로 출제하도록 하고, 특별·일반전형 문제를 출제할 때 장학사 등 외부 인사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입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외고의 구술면접 문제 비공개가 수험생의 사교육 의존 현상을 심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구술면접 문제를 시험 후 곧바로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대학입시 명문고를 지향하지 않고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도록 적극적으로 장학지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외고 관계자들은 교육청이 출제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외고 교감은 “현재 수준의 문제도 정답률이 70%를 넘는데 더 쉽게 낸다면 문제에 변별력이 있겠느냐”면서 “시교육청이 권고 수준을 넘어 학생 선발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가 아니냐”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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