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장민호씨 '마당발 행적'

  • 입력 2006년 11월 1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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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조직원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장민호(44.구속.미국명 마이클 장)씨의 마당발 행적이 관심을 끈다.

공안당국은 정계와 IT업계, 시민단체 등에 폭넓게 형성된 장씨의 인맥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고첩활동' 목적으로 구축됐는지 아니면 '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인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다채로운 행적 = 공안당국 등에 따르면 장씨는 1981년 서울 용산고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에 입학했으나 다음 해 10월 휴학하고 미국에 건너갔으며 1993년 미군의 그라나다 침공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6¤1987년 현지 한국 신문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이 때 인연으로 여권 인사가 나중에 주례를 맡았다는 소문도 있다.

최종 학위는 1989년 캘리포니아 코스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

장씨는 1987년 미국에서 북한 대외연락부 소속인 재미교포 김형성(가명)씨에게 포섭돼 1989년 처음 북한에 들어가 사상 및 통신교육 등을 받은 뒤 "지하당 조직을 구축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게 공안당국의 전언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1989년 미군에 입대한 뒤 주한미군을 지원해 한국에 돌아왔고 1993년까지 서울 용산과 대전에서 물류시스템 담당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뒤 같은 해 또다시 북한을 방문해 조선노동당에 입당하고 충성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에 진출해 1994~1995년 통상산업부 산하 한국정보기술연구원 국제협력과장으로 채용됐다.

1995~1998년에는 국내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서 마케팅 팀장을 지냈고1998~199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해외 IT 지원센터인 아이파크의 전신) 지사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1999년 마지막으로 북한에 다녀온 뒤 3D 애니메이션 업체인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를, 2000년에는 게임 전문 위성방송인 스카이겜티브이를 각각 설립했다.

월간 '신동아' 1999년 5월호의 '여권 핵심부 작성 극비 리스트, DJ(김대중 당시 대통령)가 탐내는 젊은 피 300명' 기사에 따르면 장씨는 2000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수혈할 전문가 그룹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장씨는 2004~2005년 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섰으나 실패했으며 최근까지 미디어윌 테크놀로지(모바일 솔루션 SI업체로 생활정보 신문을 발행하는 미디어윌의 자회사) 대표를 맡았다.

◇석연치 않은 행보 = 공안당국은 장씨가 일심회를 구성해 386세대 운동권을 중심으로 지인들을 포섭하는 식으로 조직을 확대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씨가 고교 후배인 손정목(42)씨와 자기 회사 직원인 이진강(43)씨를 우선 일심회에 끌어들였으며 여권인사 A씨의 소개로 민노당 전 중앙위원인 이정훈(43)씨를, 또 손씨를 통해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41)씨를 잇따라 포섭했다는 것.

공안당국은 장씨가 또 이들을 통해 시민단체나 정당 인사를 '분담 포섭'하려 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울러 장씨가 북한으로부터 '조국통일상'을 받게 된 경위 및 배경과 1989년 첫 밀입북 당시 받은 것으로 알려진 1만 달러 등 모두 1만9000달러의 공작금의 용처를 캐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장씨가 북한 대외연락부 공작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이정훈씨와 손정목 씨가 민족통일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니 베이징에서 접선하자"는 내용을 확보하고 이들의 수상 배경 및 활동 상황도 추적하고 있다.

정치권 등도 장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장씨가 대표였던 미디어윌테크놀로지는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을 주요 고객으로 했던 만큼 북한으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장씨가 미국시민권자인 점을 이용, 북한 공작금을 국내 투자하는 형식으로 IT 회사들을 인수하거나 합작한 뒤 인터넷 보안 관련 기술을 북한에 보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영선 의원은 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장씨가 정부 IT 정책 수립에 관여하면서 각종 정보를 유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장씨가 대학 후배인 운동권 출신의 국회의원 보좌관을 통해 국방 관련 여권 중진의원을 수차례 면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따라서 공안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장씨의 이런 '마당발 행보'가 북한의 지령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입증될 경우 정치권 등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공안기관 관계자는 "사건을 직접 맡지 않은데다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장씨가 생업으로 사업을 하면서 몇 차례 '면피성 보고'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장씨의 혐의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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