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1% 변하면 아이는 10% 변한다’

  • 입력 2006년 10월 28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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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들어와 보니 아이가 TV 삼매경에 빠져 있다. 아이에게 열셀 때까지 끄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는 아빠. 이런 아빠는 목소리가 큰 것이 특징이다. 무엇을 시켰을 때 바로 안하면 열셀 때까지 하라고 하고 ‘하나, 둘…’ 헤아린다. 이런 관계가 오래가면 아이는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빠의 품을 떠날 생각을 한다. 결국 가족보다는 친구나 컴퓨터를 더욱 좋아하고 빠지게 된다.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거금을 들여 기타 보다 비싼 디지털 피아노 사온 아빠. 아이에게 관심은 있으나 교감이 부족한 아빠는 아이를 항상 어린이로만 생각한다. 아빠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행동들이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과 적대감을 지니게 된다.

#‘조기 유학을 보내면 잘되겠지’라며 아이의 공부에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기러기형 아빠. 어릴 때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는 공부를 잘할지 모르지만 아빠는 그 아이에게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아빠는 그저 멀리서 돈만 보내주는 물주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엄마는 잔소리꾼, 아빠는 돈 버는 기계, 아이는 공부하는 로봇으로 그렇게 한 지붕 세 가족의 형태로 분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육아전문가인 권오진 씨는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보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아빠’라고 말한다. 아빠는 이미 적자생존이라든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

저서 ‘아빠의 놀이 혁명’으로 주목받은 권 씨는 이번에 새로 쓴 ‘아빠의 습관혁명(웅진주니어 刊)’에서 아빠들이 아이의 좋은 습관을 키워 주고 나쁜 습관을 변화 시키는 육아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빠들에게 사회생활 노하우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다가가라고 권한다. 아빠가 갖고 있는 능력의 1%만 아이에게 투자하면 아이는 그 열배인 10% 변할 수 있다는 것. 특히 항상 아이를 마음 속에 품고 주시하는 ‘양치기론’, 쉽고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 목표를 달성하는 법을 가르치는 ‘깃발론’, 자주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일을 할 때 드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운전론’ 등 7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아빠가 아이와 꼭 해봐야 할 놀이 방법도 자세히 소개한다. 3~5세 아이가 있을 경우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본다. 세발자전거는 쉽게 타지만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려면 두려움이 앞선다. 스스로 도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아빠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 주말에 가르쳐 보자. 자전거는 중심 잡기가 중요하므로 아빠가 자전거 뒷부분을 잡고 밀면서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면 아이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빠르면 1~2시간만 도와주어도 혼자 쉽게 탈 수 있다.

또 아이에게 훈계할 땐 함께 ‘누워서’ 하자. 누워서 이야기 하면 분노가 일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 누우면 서로 편하다. 의자에 앉아서 하거나 서서 하면 자세 자체가 불편하고 일방적으로 비춰져 듣기에도 부담이 되며 전달이 더욱 어려워진다.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아빠들은 베개를 두 개 준비해서 누워보자. 겨울이라면 이불을 덮고 이야기해도 좋다. 이런 경우 일방적인 이야기도 그렇지 않게 들리며 심각한 이야기를 해도 감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 내용을 빠르게 전달하고 인식시킬 수 있다.

저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엄마는 사랑을 좀 줄여야 하고 아빠는 사랑을 늘려야 한다. 엄마의 인지능력과 아빠의 공간지각능력이 결합돼야 100% 훌륭한 아이 교육이 나온다”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릴 때는 인성 교육을 강조하다가도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이웃집 아이와의 경쟁에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문득 저자 아이의 학교성적이 궁금했다. 중학교 2년인 딸은 반에서 8등 안에 든다고 한다. 아이에게 11시까지만 공부하라고 약속 시간을 정하고 30분 어기면 혼을 냈더니 공부하는 시간 일분일초를 아쉬워하더라는 것. 자연스럽게 공부에 재미가 들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만화를 좋아하는 딸은 이번 책 부록에서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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