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동은 금천구 107동은 구로구…‘한 아파트 두 행정구역’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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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와 구로구에 걸쳐 있는 가산동 한일유앤아이아파트 단지. 17일 외출에서 돌아온 이 아파트 101동의 주부 A(40) 씨는 온통 집이 어질러진 것을 발견했다.

도둑이 든 것이었다. 경비원에게 먼저 도둑이 든 사실을 알렸고, 경비원은 마침 107동에 빈집털이 수사를 위해 나와 있던 경찰에게 직접 신고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건을 접한 경찰은 난색을 표했다. 107동은 행정구역상 구로구 구로동이어서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에서 출동했지만 101동은 금천경찰서 가산지구대 관할이라는 것. A 씨는 사건을 신고하려면 112에 다시 전화하라는 말을 들었다.

A 씨는 “한 단지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도둑이 들었는데도 경찰서 구역이 다르니 다른 곳에서 처리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도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다. 택지개발이나 도로 개설 등으로 생활권이 나뉘거나 행정구역이 잘못 짜인 ‘한 단지 두 구민’들이다.

서울 시내에는 한일유앤아이아파트를 포함해 ‘한 단지 두 구민’ 지역이 5곳 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살지만 세금 납부, 학군, 쓰레기봉투 구입 등이 모두 ‘따로따로’다.

성동구 하왕십리동과 중구 신당동에 들어선 한진그랑빌아파트 주민들은 재산세를 낼 때면 서로 다른 구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중구와 성동구가 재산세 탄력세율을 각각 40%와 10%로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중구에 속한 103동 7층 33평형(기준시가 2억2000만 원) 소유 주민은 올해 재산세를 33만1500원 냈다. 반면 성동구에 속한 101동 7층의 33평형(기준시가 2억1000만 원) 소유 주민은 40만4210원을 내야 했다.

주상복합촌을 형성한 관악구 봉천동과 동작구 신대방동 일대의 보라매우성, 우성캐릭터, 해태보라매 등 3개동 690여 가구(관악구 307가구, 동작구 383가구)도 옆집이나 위층 주민이 다른 구민이다.

이 주상복합촌에 경계를 맞대고 있는 관악구와 동작구가 면적 단위로 행정구역을 나누다 보니 한 빌딩 안에서도 위아래 층이나 옆집이 다른 구로 분리된 것이다.

전화국과 우체국, 청소 등의 업무는 어떻게 구역을 정해야 할지 몰라 관악구와 동작구가 건물 한 채씩을 통째로 나누어 맡았다. 그러다 보니 관악구민이지만 동작구 전화국에 전화신청을 해야 하는 등의 혼선이 빚어진다.

주민 불편이 잇따르지만 행정구역 조정은 쉽지 않다. 중앙정부나 상급 자치단체가 강제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구청의 합의와 구의회 통과가 선행돼야 하는데 각종 지방세 수입과 인구 등 구의 세(勢)와 관련되는 것이라 양쪽 구가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구청 간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계조정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금천구와 구로구에 걸친 한일유앤아이아파트가 첫 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조봉연 팀장은 “부산시가 인접 구청에 땅을 양보하기로 결정한 사하구에 1억3000만 원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며 “행정구역 경계 조정에 적극 협조하는 구청에 재정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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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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