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前인권위원장 “인사문제 상임위원들과 이견”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지난달 25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뒤 말문을 닫았던 조영황(65·사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 배경과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조 전 위원장은 사퇴 이유에 대해 “일정이 짜여 있고 이에 대한 감독과 책임이 따르는 관료 체질이 나에게 맞지 않아 그만둘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 직후 집을 떠나 여행을 갔던 조 전 위원장은 “첫째 아들과 함께 설악산, 통일전망대, 경주, 진주 등을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조 전 위원장은 “변호사 30년, 판사 4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1년 동안 하고 바로 인권위원장을 했는데 내게 가장 잘 맞았던 것은 시골 판사였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인권위원들과의 워크숍에서 언쟁 중 자리를 먼저 떴던 것이 사퇴의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조 전 위원장은 “한 기관의 위원장을 맡았었는데 지금 와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구체적인 얘기를 피했지만 “어쨌든 얘기가 언론에 많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해 내부 갈등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조 전 위원장은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이 상임위원이 맡았던 인사자문위원장을 사무총장이 겸임하도록 변경했는데 이를 상임위원들이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위원들은 사무처 직원 인사평가에도 관여하고 싶어했고 보좌관을 배치해 달라고도 했지만 내가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전 위원장은 상임위원들의 요구에 대해 “인사권은 위원장 권한 안에 있다”며 “나도 인사권에 대해서 나름대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사무총장도 공정하게 잘하고 있는데 굳이 다시 옮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간 인권위 내부에서 빚어졌던 노선 갈등에 대해 조 전 위원장은 “(나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의 노선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인권 문제는 ‘인권’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들은 A 상임위원은 “최영도 전 위원장 시절에 최영애 상임위원이 맡고 있던 인사자문위원장 자리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무총장에게 넘겼다”며 “조영황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좀 지켜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2일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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