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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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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국 127명의 작가가 내놓은 89개 작품은 ‘아시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5개 전시관 중 1∼3전시관 전반부는 아시아의 전통을 좇는 ‘뿌리를 찾아서’, 3전시관 후반부∼5전시관은 세계 속의 아시아를 탐색하는 ‘세계 도시 다시 그리다’로 구성됐다.
우리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뿌리를 찾아서’관이다. 야외에 설치된 20m 높이의 거대한 바늘기둥에 꽃을 꽂은 설치 작품 ‘꽃의 마음’(최정화 씨)을 지나 1관에 들어서면 광주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인 마이클 주 씨의 ‘보디 옵푸스케터스’가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계 미국인인 화가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작품에 담아 왔다. 수상작에서도 그의 아시아적 사유가 물씬 풍긴다. 삼국시대 불상 주변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방에 24개의 모니터와 90여 개의 거울을 걸어 놓았다.
화면과 거울에 비친 불상의 부분 부분은 조각난 파편처럼 보인다. 현대기술이 전통과 만났을 때 일어나는 필연적인 충돌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하이테크의 나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자신의 뿌리를 탐색하면서 겪는 혼란을 헤아릴 수도 있다.
2관에는 대상 공동 수상작인 중국 작가 쑹둥 씨의 ‘버릴 것 없는’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어머니가 30년간 모아온 온갖 물건을 진열해 놓았다. 책과 약 상자, 장롱에 이르기까지 어머니가 버리지 않았던 물건들은 그 자체로 지나간 중국의 역사다. 그러나 점점 쓰임새가 줄어 가는 물건들은 오늘 중국의 전통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보여 준다.
2관에서 3관으로 건너가기 전 야외공간을 체크할 것. 시간대가 맞으면 베트남 작가 준 응우옌-하쓰시바 씨의 ‘별들의 이야기’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다.
미국 기업 코카콜라와 펩시에서 생산한 생수병 2만6000개를 놓고 벌이는 퍼포먼스 작업이다. 남자 16명이 춤을 추면서 물을 마시고 빈 병에 소변을 담는다. 물론 미국의 대기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가장 난처한 것은 5관이다. 담당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기획됐다는 이 전시관은 반미·반전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 대부분이어서 ‘아시아’라는 대주제를 따라 관람하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5관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관람객이 많아서 주최 측도 고민이다. 2년 뒤에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광주=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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