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조지훈선생 시비 만든다

  • 입력 2006년 9월 3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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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희 오래 참고 참았던 의분이 터져 노도와 같이 거리로 거리로 몰려가던 그때… 사실을 말하면 나는 그날 비로소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

고려대 문과대 교수를 지낸 시인 조지훈(1920~1968) 선생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생들의 4·18 의거를 찬양한 헌시가 46년 만에 시비(時碑) 형태로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 시는 4·19 혁명이 일어난 지 하루 뒤인 20일에 쓰여져 1960년 5월3일자 '고대신문'에 '늬들 마음 우리가 안다-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조지훈 선생은 이 시에서 '무지한 깡패떼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은 채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피 흘린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찬사를 담고 있다.

이 대학 동문과 교수들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훈시비건립위원회'(회장 최동호 교수)를 만들어 시비 제작을 추진했고 내부 모금활동을 벌여 시비를 만들게 됐다.

최 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많은 시들 중에서 문학적으로 잘 다듬어진 시들도 많았지만 스승과 제자가 멀어지고 있는 요즘 세태에 학생들에게 참스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 시를 선택하고 시비건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비는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태극을 상징하는 화강암 3조각에 새겨진 형태로 제작돼 이달 29일 고려대 교내 문과대학 뒤편 공터서 제막식을 갖는다.

한편 이 시는 조지훈 선생의 미망인이며 서화가인 김난희(82) 여사가 직접 붓을 잡고 가로 252㎝, 세로 70㎝의 대형 서예작품으로 완성해 이달 말까지 교내 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에서 선보인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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