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재산 60억 날린 철없는 딸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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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을 속여 60억 원대의 가족 재산 모두를 사채업자에게 넘어가게 한 20대 여성과 사채업자 7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탤런트 지망생인 오모(24·여) 씨는 2001년부터 모 방송국의 시트콤 스태프로 일하다 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유흥비로 쓴 신용카드 빚을 ‘돌려막기’하던 그는 2002년 8월 다급한 마음에 사채업자 송모(40) 씨를 찾아갔다.

오 씨는 송 씨가 시키는 대로 가족의 인감도장을 훔쳐 위임장을 위조하고 가족 공동 소유의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가져가 3000만 원을 빌렸다.

오 씨는 등기부등본이 뭔지, 근저당이 뭔지도 몰랐다. 이자율에 대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이자는 한 달에 60만 원씩 불었다. 오 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근저당권은 다른 사채업자들에게 다시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이자와 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당초 2000만 원에서 시작된 빚은 2년여 만에 20억 원이 됐다.

사채업자들은 오 씨가 어머니, 언니, 남동생과 함께 공동 소유하고 있던 경기 남양주시 일대의 토지 1만3000여 평과 어머니 소유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1채까지 근저당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협박은 계속됐고 이를 이기지 못한 오 씨는 어머니에게 사채업자를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소개하면서 “연예인 계약서류”라며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내밀었다.

딸의 말이라면 언제나 굳게 믿어온 어머니는 의심 없이 서명했다. 이렇게 오 씨는 송 씨로부터 6500만 원을 빌리는 등 2004년 9월까지 4개 사채업체로부터 총 10억여 원을 빌렸다. 그 사이 시가 60억 원 상당의 가족 재산은 모두 사채업자들 손에 처분됐다.

어머니는 전 재산을 날린 뒤 셋방을 전전하다 결국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돈은 5000만 원도 안 된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오 씨의 변호인은 “카드 대금 때문에 고리 대출의 덫에 걸린 전형적인 예”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1일 부동산 등기권리증과 인감도장을 훔치고 다른 가족의 인감증명 위임장 등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오 씨를 구속하고 사채업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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