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게이트’ 터지나]“노씨, 회사위해 한 일 없어”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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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시스텍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 씨를 왜 영입했을까.

노 씨는 스스로 “우전시스텍이 대통령 덕을 볼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코프라임에 인수되기 전 우전시스텍을 경영한 공동대표들은 “회사를 위해 노 씨가 한 일이 거의 없다”며 “그를 데려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노 씨가 우전시스텍에 영입된 것은 2003년 12월. 당시 대표이사인 이모 씨의 제안을 노 씨가 받아들여 이뤄졌다.

지난해 11월부터 노 씨가 사임한 지난달 6일까지 공동대표를 맡은 김성균(44) 씨는 “노 씨를 영입한 이유는 이 씨밖에 모른다”며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노 씨는 회사와 관련해 중요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KT 출신인 노 씨에게 국내 영업을 맡기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우전시스텍의 매출액 가운데 KT 쪽은 제로에 가깝고, 대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노 씨가 통신업무를 총괄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전시스텍은 과거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장비를 납품하는 일을 주로 했다.

김 씨는 “노 씨의 공식직함은 전략기획본부장이었다”며 “하지만 전략기획본부 직원 2명이 올해 초 그만둬 거의 형식적인 직함에 불과했다. 그는 회사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기획본부는 신규사업을 검토하는 곳인데 지난 반 년 동안 신규사업계획 중 성사된 일이 하나도 없다”며 “하지만 등기임원을 임의로 해고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은 언론인 출신 권영기(52) 씨는 “노 씨에게 ‘당신이 나서면 소문이 난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며 “경영진이 일부러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 씨는 관심 밖의 인물이었고, 경영진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 씨의 연봉은 5000만 원이 조금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를 영입한 이 전 대표는 현재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고 그의 지인들이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지코프라임이 게임기 판매로 많은 돈을 벌어 자금력이 좋은 데다 앞으로 아케이드게임 분야에서 벗어나 통신게임, 즉 온라인게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 협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지코프라임과 거래를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우회상장을 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씨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장을 하면 금융 당국의 감시가 심해질 텐데 왜 굳이 그렇게 주목받을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졸지에 수백억 원을 만지게 된 ‘졸부’들이 번듯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해 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코프라임은 인수합병이 이뤄진 뒤 우전시스텍에 200여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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