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교육위원 선거참패]北역사책베끼기에 票心 등돌려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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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교육위원 선거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인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의 신원을 선거인명부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31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교육위원 선거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인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의 신원을 선거인명부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31일 실시된 제5대 시도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추천한 후보들이 대거 낙선함으로써 향후 교육위원회 운영은 물론 전교조의 활동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 분석=울산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 53개 선거구에서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11만4000여 명이 교육위원 132명을 선출했다. 전체 교육위원 132명 가운데 전교조 추천 당선자는 14명으로 10.6%를 차지했다. 2002년 선거에서 18.2%인 24명이 당선됐다. 4년 만에 전교조 추천 위원이 10명(41.6%)이나 줄었다.

전교조는 2002년에는 34명을 추천해 70.6%인 24명이 당선됐다, 올해는 후보를 42명으로 23.5%나 늘렸지만 이들 가운데 33.3%인 14명만 당선됐다.

특히 서울에선 2002년 전체 교육위원 15명 가운데 7명이 전교조 추천자였지만 올해는 7명이 출마해 제7선거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박명기 현 교육위원, 제4선거구(도봉-노원-중랑)의 이부영 전 전교조위원장 등 2명만 당선됐다. 전교조는 박경량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 등 진보적 교육운동가를 전략적으로 서울지역에 추천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부산 대전 전북 전남 경북 지역에선 전교조 추천자가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회원이거나 과거 회원인 당선자가 104명 정도”라고 주장했지만 교육당국은 대부분 당선자가 특정 단체의 소속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교조의 참패 원인=전교조의 참패는 과격한 교육운동 방식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가 염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원평가제, 교원성과급차등지급과 같은 각종 교육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등 조직 이기주의적인 행태가 심판을 받은 것이란 분석이다.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진경 전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이 “전교조는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되는 세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지난해 10월 북한의 ‘현대조선역사’를 인용한 통일교재를 만들어 교사 30여 명을 대상으로 통일학교를 연 사실이 최근 드러난 것은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검찰과 교육당국이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자 전교조는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보수 세력의 전교조 흔들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전교조의 퇴조는 ‘색깔 논쟁’에 대한 교육 관련자들의 생각이 표면화된 결과”라고 말했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전교조의 발언권이 약해져 교육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은 교육위원 15명 가운데 전교조 측 인사가 7명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2명으로 크게 줄어들어 ‘평등주의적 교육정책’이 바뀔지 주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제5대 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국제중, 자립형사립고 등 그동안 전교조가 반대해 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제4대 때도 전교조 추천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관상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교조의 운동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벌써 강경 투쟁 일변도의 운동방식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올 11월로 예정된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계파 간의 노선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교육위원 당선자 명단

■ 교육위원은

교육위원은 해당 시도의 교육과 관련된 주요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고, 교육청의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권도 갖고 있는 ‘교육계의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국제중, 자립형사립고 설립 등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고 예산안을 심의하는 만큼 해당 지역의 교육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교육위원은 학부모(40∼50%), 교장을 포함한 교원(20∼30%), 지역대표(10∼20%)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하지만 교육위원 선거전이 타락상을 보이고, 교원단체나 특정집단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는 교육계 안팎의 지적에 따라 선거를 주민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시도교육감 및 교육위원 주민직선제 실시를 골자로 한 교육자치제도 개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 실시 예정인 부산시 교육감 선거부터 주민직선제로 치러지게 된다. 과거 교육위원은 무보수 봉사직이었으나 교육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부터 유급직으로 바뀜으로써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교육위원 경쟁률은 2002년 2.8 대 1이었으나 올해는 3.1 대 1로 올랐다. 연간 보수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기도(5421만 원), 서울시(5040만 원) 등 50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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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위원 출마 13명 경찰 내사

대전시·경북도 교육감과 전국 14개 시도 교육위원 132명을 선출하기 위해 31일 치러진 선거와 관련해 13명이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별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31일까지 94건의 위법 선거운동 사례를 적발해 33건은 검찰에 고발하고 12건은 수사 의뢰, 49건은 경고 조치했다”고 밝혀 무더기 당선 무효 등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31일 “7·31 지방교육 자치 선거와 관련해 교육감 선거 관련자 4명, 교육위원 선거 관련자 9명 등 모두 13명을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대전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A 씨는 7월 3일 대전시내 한 음식점에서 투표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지지를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지역의 교육위원 B 씨는 경북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이 지역 교장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다.

교육위원 선거 출마자들도 불법 선거운동으로 내사를 받고 있다. 전남에서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 지역 교사 C 씨는 6월 30일 투표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 1300여 명에게 자신을 알리는 유인물을 보내 지지를 부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대전시 교육위원 선거 과정에서는 선거 직전 일부 후보가 자기도 모르게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등록된 사실이 밝혀져 입당원서 허위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열린우리당 대전시당이 교육위원 출마자 중 당원이라고 확인한 4명 중 백모(46) 씨의 입후보를 허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선관위는 백 씨가 입당 사실을 부인해 열린우리당 입당원서를 확인한 결과 필체와 서명이 교육위원 소견발표회 때 번호 추첨을 위해 쓴 것과 다른 데다 성(姓)도 ‘白’이 아닌 ‘百’으로 적혀 있고 주민등록번호도 여러 군데 다시 고쳐 쓴 흔적이 있었다며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입당원서가 제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확인돼 후보등록이 무효 처리된 다른 세 후보 중 김모(63) 씨와 손모(65) 씨도 “당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교육감 과반득표자 없어…1, 2위 후보 내일 결선 투표

31일 실시된 대전시교육감 재선거에서 김신호(53·전 대전시교육위원) 후보가 후보자 3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으나 유효투표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위인 이명주(46·전 대전시교육위원) 후보와 2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교육위원 당선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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