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연합 회장 ‘억대 돈선거’ 의혹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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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 사업주들의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화물연합)의 회장 선거 때 수억 원의 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5월 실시된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S(70) 씨가 화물연합 시도협회 이사장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수천만 원씩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인천 연수구 송도 R호텔 커피숍에서 발견돼 관심을 끌었던 쇼핑백에 든 현금 4000만 원도 S 씨가 시도협회 이사장에게 주려던 돈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돈 선거’ 수사=서울지방경찰청 수사3계는 최근 화물연합 시도협회 이사장 3명을 불러 S 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A 이사장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S 씨에게서 현금 4000만 원을 받았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돈을 경찰에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이사장이 가져온 돈의 일부가 S 씨의 거래 은행에서 출금된 게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압수하지 않았다.

B 이사장은 경찰에서 “S 씨가 현금 4000만 원을 가져왔기에 이를 돌려줬더니 ‘돈이 적어서 그러느냐’며 다시 현금 7000만 원을 보내왔다”며 “이 돈 역시 여러 명이 보는 앞에서 S 씨의 측근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C 이사장은 “S 씨가 집으로 현금 4000만 원을 가져왔지만 집 근처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 뒤 돌려보냈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D 이사장도 S 씨에게서 6500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조만간 D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또 4월 26일 송도 R호텔 커피숍에서 발견된 ‘4000만 원 쇼핑백’도 이 돈의 임자인 S 씨가 당초 수사를 맡았던 인천 연수경찰서에 자신의 집안일을 돌봐 주던 J(35·여) 씨에게 청혼용으로 건넸다가 거절당하자 놓고 나온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경찰청 수사3계는 당시 현장에 시도협회 이사장인 E 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S 씨는 10년 이상 한 대기업의 물류를 맡아 왔으며 지난해 말 이 대기업이 다른 곳으로 물류회사를 바꾸면서 S 씨에게 영업권 보상 차원에서 수십억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이 이번 회장 선거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막판 뒤집기의 ‘힘’=화물연합의 선거인단은 16개 시도협회 이사장과 대전한밭협회 이사장, 현직 화물연합 회장 등 모두 18명이다. 따라서 10명의 지지를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S 씨와 당시 화물연합 회장이었던 M 씨가 경쟁을 벌였다. 후보 추천에선 M 씨가 12명의 추천을 받아 자신을 포함해 단 3명의 추천을 받은 S 씨를 압도했다.

그러나 5월 12일 치러진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선 9 대 9로 양쪽이 비겼다. 1차 투표가 끝나고 20여 분 뒤 치러진 2차 투표에선 S 씨가 10표를 얻어 당선됐다. 회장 임기는 3년.

화물연합 회장은 한 해 30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화물연합 공제조합의 모든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는다. 경찰 관계자는 “회장의 월간 판공비는 4000만 원 안팎으로 한 해 5억 원의 판공비를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해 S 씨는 전화를 통해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소재를 밝히지 않았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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