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무너졌다” 민간 골재업체 출동…사투끝 물난리 막아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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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집… 자원봉사 구슬땀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기 안성시 가현동의 수해 현장에서 30일 자원봉사자들이 부서진 집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피해를 본 가옥의 벽과 지붕 등이 부서져 집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안성=홍진환  기자
찢겨진 집… 자원봉사 구슬땀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기 안성시 가현동의 수해 현장에서 30일 자원봉사자들이 부서진 집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피해를 본 가옥의 벽과 지붕 등이 부서져 집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안성=홍진환 기자
28일부터 이틀간 250mm가 넘는 폭우로 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충북 진천군. 진천읍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의 제방이 붕괴돼 하마터면 더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볼 뻔했다. 그나마 피해를 그 정도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 한 골재생산업체 직원들이 10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덕분.

28일 오후 2시 반경 진천군 재난안전대책 상황실에 “진천읍 장관리 백곡천의 제방 일부가 유실됐다”는 한 주민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백곡천은 진천읍내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장관리는 수위 조절을 위해 초당 600여 t을 방류 중이던 백곡저수지 바로 아래 지역이다.

유실이 제방 붕괴로 이어지면 진천읍 전 지역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할지 모르는 급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물살이 워낙 거센 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장대비가 내려 현장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때 구세주들이 나타났다.

장마에 대비해 휴가도 반납하고 20여 명의 비상대책반을 꾸려 대기 중이던 골재생산업체 금성개발(회장 송기호)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자원하고 나섰다.

오후 3시 이들은 대형 덤프트럭 20대와 굴착기 1대 등을 마련해 10km 떨어진 현장으로 출동했다.

자갈 등 작은 골재는 쏟아 붓는 동시에 거센 물살에 떠내려갈 것으로 보고 트럭마다 대형 바위를 실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 4시간이 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빠른 물살에 유실되는 양이 워낙 많았다. 게다가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작업하는 것 자체도 위험한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공장과 현장을 오가며 바위 쏟아 붓기를 멈추지 않았다.

빗줄기가 약해진 오후 10시경 물길이 잡히기 시작했고 작업을 시작한 지 10시간 만인 29일 오전 1시경 마침내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작업에 사용된 골재와 운반비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이 되지만 회사 측이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유재섭(53) 사장은 “2003년 호우 때도 이번과 비슷한 경험을 해 휴가기간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며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진천읍의 침수를 막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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