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거창 예술단체, 석강스튜디오 운영권 갈등

  • 입력 2006년 7월 24일 0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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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로서의 신의를 지켜 달라.”(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거창지부)

“더 이상의 왜곡은 못 참는다.”(한국미술협회 거창지부)

경남 거창군의 거창 민예총(지부장 한대수·회원 140명)과 거창 미협(지부장 김미경·회원 44명)이 거창군 가조면 옛 석강초등학교 자리에 국비와 지방비 2억 원으로 조성된 석강예술창작스튜디오 운영권을 놓고 맞서 있어 예술인들의 양분이 우려된다.

예술창작스튜디오는 문화관광부가 폐교를 고쳐 예술 창작실로 활용하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거창 민예총 주장=민예총은 최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튜디오 운영권을 둘러싼 마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운영권은 거창 미협이 아니라 거창 민예총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거창 민예총이 4년여의 노력 끝에 결실을 본 만큼 시비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지부장은 “민예총이 2002년 고제면 쌍봉초등학교에 창작스튜디오를 만들려다 이듬해에 조건이 좋고 지역 주민의 요청이 강한 석강초등학교로 변경했다”며 “문화관광부와 경남도에 대한 사업 설명과 리모델링 공사 자문도 민예총이 도맡았다”고 말했다.

거창 민예총 회원들은 “지역 예술인들이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다 알고 있다”며 “거창군과 미협은 진보 예술단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바른 길을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강초등학교 동문회와 석강마을 청년회도 거창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거창 민예총은 서명운동과 감사청구를 준비 중이다.

▽거창 미협 반박=거창 미협 민병주 기획이사는 23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미협이 스튜디오 운영자로 결정됐다”며 “운영권 포기나 스튜디오 일부 시설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민예총의 태도가 지나쳐 시비를 가려야 한다”며 “25일경 민예총 주장의 문제점과 우리의 입장을 성명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미협도 민예총의 최초 동기 제공과 스튜디오 유치 노력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군이 조례에 따라 공개적으로 모집 공고를 했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응모해 심사를 거친 만큼 더는 논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거창군 역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예총이 협조한 부분은 있으나 스튜디오 운영 단체로 민예총을 선정할 행정 재량은 없다”며 “심사 과정도 공정하고 적법했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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