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입력 2006년 7월 2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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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글·공경희 옮김/247쪽·8500원·세종서적

“죽을 병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난 죽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회심리학 교수 모리는 어느 날 갑자기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운동세포가 파괴되고 근육이 위축되다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모리는 시름시름 앓고 싶지 않았다. 또 죽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도 않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모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치 있는 일로 승화시키려 한다. 제자와의 대화를 통해 모리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심경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그 자신이 인간 교과서가 되고자 한다.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얼까? 어둠이 없다면 밝음도 있을 수 없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꽃이 시들고 말 운명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죽음과 이어져 있다. 철학이, 그리고 논술이 끊임없이 죽음의 문제를 탐구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진솔해진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확연히 구분할 지혜를 찾게 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게 된다는 모리의 말처럼 죽음은 우리의 삶을 고양시킨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결국 삶에 휘둘린 우리들은 세상이 중요하다고 선전하는 무의미한 것에 매달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만다. 그게 우리 문화의 속성이다.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았느냐고.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느냐고.” 묻는 모리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모리는 사람이 어떻게 존경받을 수 있는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죽어 간다는 말이 쓸모없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려 한다. 나이 드는 것이 단순히 쇠락만을 의미하거나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을 뛰어넘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지혜의 길임을 말한다. 모리의 생각은 어찌 보면 소박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핵심은 바로 여기 있다.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의 죽음을, 아니 네가 죽어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는 뜻의 이 경구마냥 이 책은 죽음, 노년의 삶, 그리고 삶의 의미를 곱씹게 함으로써 가치 있는 삶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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