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시위’ 구속대상 중 현지주민은 全無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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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철조망 안쪽에 수로-둑 설치7일 군 공병대가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의 철조망 경계선 안쪽에 외부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수로와 둑을 만들고 있다. 이날 주민과 군, 경찰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택=박영대 기자
軍, 철조망 안쪽에 수로-둑 설치
7일 군 공병대가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의 철조망 경계선 안쪽에 외부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수로와 둑을 만들고 있다. 이날 주민과 군, 경찰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택=박영대 기자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충돌이 빚어진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는 7일 겉으론 평온했지만 군과 경찰, 주민들 사이엔 긴장감이 흘렀다.

군과 경찰은 주민들과 외부 인사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경찰은 7일까지 10명을 구속했고 5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폭풍 전야’ 현지 분위기=5일 시위대가 뚫은 철조망 20여 곳과 훼손된 군 초소는 복구됐다. 비무장 군인들은 100여 m 간격으로 설치된 군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했다. 이들은 6일 내린 비로 질퍽해진 논바닥에 설치된 숙영 텐트를 높은 곳으로 옮겼다.

철조망 안쪽에선 공병대 굴착기들이 돌아가며 땅을 파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시위대가 철조망을 뚫더라도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수로와 둑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공병대와 경계 병력 등 2500여 명을 배치했다.

경찰도 대추리 입구와 본정농협 앞 등 주요 길목과 군 철조망,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주변에 47개 중대를 배치했다. 주민을 제외한 외부 인사들은 출입이 통제했다. 군과 경찰은 “군 관할 부대장의 승인 없이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라며 “앞으로는 불법 침입자를 전원 연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추리 마을회관 2층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상황실은 열려 있었다. 하지만 주요 간부들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범대위 측은 이날도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주민과 범대위는 이날 저녁 대추리 평화예술공원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촛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촛불 집회를 제외한 대추리의 모든 집회를 불허할 방침이다.

한편 6일 오후 김지태(47) 팽성대책위원장의 집 소 우리에서 불이 나 창고 20여 평과 건초 1만여 t이 불에 타자 주민과 범대위 측은 경찰의 소행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 집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화재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 대상자 계속 늘어나=경찰은 4일 행정대집행 때 연행한 524명 가운데 37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7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306명을 즉결심판에 넘기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3명을 훈방했다.

또 경찰은 5일 연행한 100명 가운데 23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회원들이 제6차 통일대축전 개막 전날인 8월 12일 연세대에 모였다 경찰의 봉쇄 작전으로 고립돼 2500여 명이 연행되고 438명이 구속기소된 이래 구속 대상자 규모에서 최대 공안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이귀남·李貴男)는 “구속 대상자 60명 중 2명이 현지 주민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지에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는 주민은 아니다”고 말했다.

1명은 지난해 7월 미군기지 예정지에 있는 빈집으로 이사와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며, 다른 1명은 주민등록만 미군기지 예정지에 두고 실제로는 평택 시내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

경찰은 지난달 29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 위원장 등 범대위 간부 3명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검거에 나섰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尹국방 “군사시설 침범 군법 따라 엄벌”▼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7일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해 시설을 훼손하고 폭력을 행사할 경우 군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5일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부상해 입원한 군 장병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윤 장관은 “불법 폭력 시위 주동자는 공권력을 활용해 색출할 것이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군 당국은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위한 폭력 시위가 심해질 경우 시위 현장의 군 장병들에게 방패와 곤봉, 방독면 등 개인보호 장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盧대통령 “불법시위 용납말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경기 평택 미군기지 이전 터에서 빚어진 시위대의 불법행위 등과 관련해 7일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시위와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하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오후 몽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UAE)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나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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