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초등생 성폭행 살해범 무기징역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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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윤권·金潤權)는 13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김모(53) 씨에게 무기징역, 시체 유기를 도운 김 씨의 아들(26)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고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발적으로 범행했으며 이후 죄를 뉘우치고 있어 유족에게 참회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도록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같은 반사회적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으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법제도의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아들에 대해 “아버지의 범행을 신고하지 않고 시체 유기를 도왔으며 처음 범행을 알았을 때 피해자를 구하려고 했다면 구할 수도 있었기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김 씨에게 사형을, 김 씨의 아들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피해자인 허모(사망 당시 11세) 양의 부모와 친척, 시민단체 회원 등은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 거세게 항의해 재판부는 10분간 휴정하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무엇을 반성했다고 무기징역이냐” “말도 안 된다”며 여기저기서 판사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허 양의 아버지(38)는 “60∼70년은 더 살 수 있는 딸이 저 사람 때문에 10년밖에 못 살고 죽었는데 무기징역이라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그는 “법원에 범인을 최고형에 처해 달라고 탄원서를 낼 때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 전교생 학부모들이 하루 만에 서명을 했는데 이들의 탄원서보다 저들의 반성문 몇 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검찰은 이날 “사형제 폐지론이 일고 있지만 실정법상 사형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사형선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피해자 가족과 뜻을 같이해 1주일 이내에 항소장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월 17일 오후 7시경 서울 용산구 용문동 자신의 가게 앞 비디오대여점에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러 간 허 양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려다 허 양이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하고 아들과 함께 시체를 불태워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날 재판을 방청한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로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무기징역은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 관행에 쐐기를 박은 과감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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