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과학고’ 校名 쟁탈전

  • 입력 2006년 4월 13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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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학고의 교명 문제를 놓고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장영실과학고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장영실과학고가 부산과학고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자 옛 부산과학고에서 교명을 바꾼 한국과학영재학교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명 변경 추진 과정=12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과학고는 2003년 3월 전국을 모집단위로 하는 영재학교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제2의 과학고인 장영실과학고가 같은 해 만들어졌다.

부산과학고는 영재학교로 전환된 이후에도 한동안 교명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제2의 과학고는 장영실과학고로 교명을 정했다.

그러나 부산과학고가 2004년 8월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 갈등의 불씨가 생겼다.

장영실과학고 학부모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부산과학고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고 나섰고, 지난해 12월 학교장 명의로 부산시교육청에 교명 변경을 신청했다. ▽양 측의 상반된 입장=장영실과학고는 사실상 옛 부산과학고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과학고로 교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은 모두 지역명을 딴 과학고를 두고 있는데 부산만 유독 교명이 특이해 학교의 지명도가 떨어지고 앞으로 입학과 취업에도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명변경추진회 대표 하상욱(47) 씨는 “시교육청에서 과학영재학교의 반발을 이유로 교명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옛 부산과학고 동문과 학부모는 과학영재학교와 부산과학고는 완전히 동일한 학교이고 교명만 바뀌었을 뿐이어서 과거의 교명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옛 부산과학고 졸업생과 현재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함께 동문회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또 다른 부산과학고가 나타나면 졸업생의 정체성에 큰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옛 부산과학고 졸업생 학부모 회장 이순복(56·여)씨는 “교명은 학생과 동문들의 것인데 갑자기 다른 학교에서 같은 교명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시교육청에서 교명 변경을 추진하면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이를 막겠다”고 밝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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