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씨 老母 “아들 빨리 만나게 해달라” 北-정부에 촉구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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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 해주고 싶다”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인 납북자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 씨(왼쪽)와 누나 김영자 씨가 12일 서울 종로구 뉴라이트전국연합 강당에서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계란 프라이 해주고 싶다”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인 납북자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 씨(왼쪽)와 누나 김영자 씨가 12일 서울 종로구 뉴라이트전국연합 강당에서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죽기 전에 단 하루라도 함께 살았으면….”

12일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통일전망대 3층 전망실. 아들 김영남(金英男·당시 16세) 씨가 북한에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최계월(82) 씨는 북녘 땅을 바라보다 끝내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최 씨는 “바로 눈앞인데 아들이 있는 곳을 갈 수 없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1시간 넘게 망원경 옆을 떠나지 못했다.

김 씨는 11일 일본 정부의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으로 밝혀졌다. 1978년 선유도해수욕장에서 실종된 김 씨의 가족은 1997년 정부에서 ‘김 씨가 납북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확인할 길이 없어 애를 태웠다.

딸 김영자(48) 씨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추스른 최 씨는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지금까지 늘 가슴에 맺혀 있었다”며 “북한이 아들을 보내주면 죽기 전에 하루라도 함께 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통일전망대를 찾기 전에 최 씨 가족은 납북자가족모임,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납북자 단체와 함께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뉴라이트전국연합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씨는 “영남이가 돌아오면 계란 몇 판을 사서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를 해주고 싶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김 씨의 송환을 촉구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崔成龍) 대표는 “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납북자가 의거월북자라고 주장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납치 만행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都希侖) 사무총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요코타의 가족을 한국에 초청해 김 씨 가족과 상봉하도록 돕겠다”며 “한일 납북자 단체들이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22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20일 미국을 방문해 요코타의 부모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국회는 18일 한명숙(韓明淑)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최계월 씨와 최성용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요구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정부 “김영남씨 아직 확인된 것 아니다”…소극 대응 논란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인 피랍자 김영남 씨로 사실상 드러난 데 대해 정부는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DNA 검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요코타의 딸 김혜경(18) 양과 김 씨 가족의 혈연관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가족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부는 조만간 일본 정부로부터 DNA 검사 결과 사본과 김 양의 생체자료를 넘겨받고 국내의 김 씨 가족에게서 DNA 정보를 확보해 혈연관계 여부를 검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DNA 검사는 일본 정부가 실시한 검사 방식과 동일한 것이어서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요코타 등 피랍자의 신원 확인과 송환을 위해 백방으로 뛴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것.

한편 김 양이 김 씨의 딸로 확인될 경우 국적법에 따라 한국인으로 등재될 수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日 “메구미 딸 혈액샘플 한국측에 전달”

일본 정부는 요코타 메구미가 북한에서 낳은 딸 김혜경(18) 양의 혈액 샘플을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고 가토리 요시노리(鹿取克章) 일본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밝혔다.

가토리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양의 혈액 샘플을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날 저녁 건네줬다”며 “일본 정부는 요코타의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측과의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6세의 고등학생이던 1978년 실종돼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 씨의 친척들에 대해 실시된 DNA 분석 결과 김 씨와 김 양의 혈연관계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관리들은 전했다.

한편 요코타의 부모는 이날 도쿄의 한 모임에서 “이르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김 씨의 친척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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