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청장 발언’ 경찰 반응]“걱정된다” “거침없다”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허준영 경찰청장은 27일 하루 동안 모두 ‘임기제 청장’이란 말을 3번 반복했다.

청와대와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 거취는 제가 결정합니다”라고 거침없이 답변했다.

농민 전용철 홍덕표 씨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데 대해 사과는 하지만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했는데도 불구하고 허 청장이 이처럼 당당하게 나가는 데 대해 경찰 내에서는 “허 청장 특유의 소신을 보여 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경찰청 관계자들도 “2년 임기가 보장된 청장을 11개월 만에 사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청장 편을 들었다.

경찰 공무원들은 검찰과의 수사권조정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경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허 청장에게 호의적이다.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허 청장의 휴대전화로 격려 문자메시지를 보내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의 방패 뒤에 숨어서 정책 결정을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경찰을 무시하는 것을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글을 통신망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치안 총수가 책임을 회피한 모습이 돼 두고두고 경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허 청장은 지난달 15일 전국농민대회 직후 국회 등에서 “국민은 더 강력한 공권력을 원한다”며 “농민단체를 상대로 불에 탄 버스에 대해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 상황을 격화시킨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허 청장이 이기묵(李基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미룬 꼴이 된 데다 청와대마저 청장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보여 주지 않은 모습이 돼 경찰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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