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기술 ‘동시 수출’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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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시위뿐 아니라 시위 진압기술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며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내 농민단체들이 다음 달 12일 홍콩에서 개막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맞춰 대규모 시위대를 파견할 계획이다.

17일 경찰청과 농민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1700여 명이 다음 달 12∼19일 홍콩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농민단체는 이미 1인당 100만 원 안팎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 17억 원의 경비를 마련해 항공권과 숙소 예약까지 마쳤다. 또 현지 사회운동단체인 ‘민중동맹’의 협조를 받아 행사장인 홍콩 컨벤션센터 주변의 집회 허가도 받았다.

일부 시민단체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도 홍콩 집회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시위대만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홍콩 경찰이 WTO 각료회의 기간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각국 시위단 규모(약 3000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외신 보도 등을 통해 한국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 소식을 접한 홍콩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2003년 9월에는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李京海)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 자살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홍콩 경찰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에 고위 간부 3명을 17일 한국 경찰청에 파견해 “한국 농민단체의 과격한 시위를 진압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은 사흘 동안 부산에 머물면서 한국 경찰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대응 전략과 집회시위 진압 노하우를 전수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민들이 홍콩 현지에서 시위용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어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농 관계자는 “한국 농민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시위 참가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국 전 홍콩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참가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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