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진해 웅촌동 준설토 투기장 주변 해충 극성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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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직접 와서 봐야 돼. 개, 돼지도 이런 환경에서 키우진 않아.” 17일 오후 5시40분경 경남 진해시 웅촌동 괴정마을 앞 어획물 위판장. 이 마을 주민 50여 명이 강무현(姜武賢) 해양수산부차관을 향해 고함을 퍼부었다.

강 차관은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 의원, 환경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부산·진해신항만’ 준설토 투기장 1공구 주변의 해충 발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강 차관과 일행이 어판장을 나서는 순간 마을과 준설토 투기장 주변 하늘에서는 기상천외의 현상이 벌어졌다.

모기처럼 생긴 깔따구가 무리지어 날면서 토네이도를 연상케 하는 회오리 모양을 만들었다가 흩어지곤 했다. 마을 뒷산에서도 깔따구 떼로 이뤄진 가느다란 기둥 모양이 여러 개 나타났다. 주민들은 이를 ‘용오름 현상’이라 부른다. 원래 용오름이란 회오리바람을 동반한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지면 또는 해면까지 닿아있으며, 해면의 물방울이 구름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이 해질 무렵 준설토 투기장을 가로질러 수도동으로 개설된 임시도로에 들어서자 깔따구 떼들이 새까맣게 날아들어 눈을 뜨고 걷기조차 힘들었다. 투기장 언저리에는 깔따구 사체가 수북하게 쌓였고 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수도어촌계 사무실 방충망에는 깔따구 떼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에어컨을 세게 돌려 갈따구를 쫓아 보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진해지역소멸어업인 생계대책위원회(위원장 김종민)는 “파리, 모기떼의 극성에 이어 깔따구로 인해 주민 생활이 엉망인데도 해양부는 소극적”이라며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신항만 공사 저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이날 “해충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깔따구의 발생 규모가 워낙 큰 데다 2차 오염이 없는 방제 방법조차 없어 방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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