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 있는’ 강력부 수사관들=지난해 강력부에 근무했던 한 수사관이 최근 구속됐다. 외상술을 마시고 피의자에게서 돈을 뜯어 쓴 혐의다. 돈을 건넨 피의자의 투서가 발단이 됐다.
이로써 지난해 이 수사관이 근무했던 서울중앙지검 OOO호 강력부 검사실의 베테랑 수사관 4명이 1년 새 모두 징계나 사법처리 등으로 사라졌다.
동료 수사관 3명은 올해 초 수감 중인 경매브로커 L 씨에게서 경매 정보를 얻어 사적인 재테크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강력부를 떠났다. 당시 검찰 주변에선 이 사건이 불거진 배경에 강력부 수사관들에게 불만을 가진 한 조폭 두목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조폭이 L 씨를 협박해 ‘경매 정보 제공’ 확인서를 받아 언론에 흘렸다는 것.
얼마 후 대검 감찰부에는 강력부 수사관들에 대한 또 다른 ‘투서’가 날아들었다.
수사관들이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재소자 측에서 금품을 받고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 그러나 수사관들은 재소자에게 제보 답례로 가족과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게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 강력부 수사관들은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까지 지냈다.
▽법과 주먹의 경계인?=강력부 근무만 6년째인 한 검사는 강력부 수사관들에 대해 “한쪽은 범죄에, 한쪽은 법의 틀에 발을 담그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검사는 “무게중심을 잘못 맞춰 법의 틀에 얽매이면 일을 하기 어렵고 반대쪽으로 치우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수사관은 조폭이나 술집 여종업원 등을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폭의 경우 내부 제보자(일명 ‘밀대’)가 없으면 조직 계보 파악조차 쉽지 않다.
조폭들의 동향 파악이나 범죄정보 등을 얻는 데는 술집 종업원들의 도움이 요긴하다.
이런 관행이 사회 변화와 함께 이제는 수사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폭이나 술집 종업원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미소 짓는 조폭=최근 잇따른 ‘사고’는 과거 일부 법 절차를 무시한 성과지상주의 수사 관행의 업보라는 시각이 많다.
한편으로 목숨 걸고 일하는 강력부 수사관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던 검찰 내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검사들은 수사관들에게 “일은 안 해도 좋으니 사고만 나지 않게 해 달라”고 읍소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 수사관은 전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강력부 수사관 자원자가 거의 없고, 그나마 억지로 배치를 해도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범죄자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눈치 채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최근 법정에선 자신의 범죄 사실을 자백했던 한 조폭 두목이 판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되자 그는 돌아서서 동료 조직원을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며 웃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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