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도착하니 베이지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30대 남자가 엎드린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맨손으로 시신을 조심스레 인양했다.
감식반과 부검의가 도착하면서 현장에서 약식 부검이 이뤄졌다. 심하게 썩어 악취가 나지만 외상은 없다. 자살로 보인다. 대원들은 시신을 서울 마포경찰서 망원지구대에 인계하고 다시 치안센터로 향했다.
▽이어지는 투신=한강경찰대원들은 요즘 하루에 3, 4번씩 차가운 물에서 시신을 건져내야 한다. 지난해 한강에서 발생한 420건의 사고 중 구조는 132건, 익사체 인양은 288건이었다. 올해도 3일 0시 현재 183명의 익사자가 나왔다.
구조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3일 오전 3시 50분경 양화대교에서 투신한 20대 여자는 큰 부상 없이 살려냈다. 그러나 2일 오후 7시 57분경 서강대교 남단에서 건진 80대 남자는 뇌에 손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구성됐다. 한강에서 투신을 비롯한 사고가 크게 늘면서 순찰대가 지난달 27일 경찰대로 확대 개편됐다.
인원도 16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센터에는 팀장 한 명과 팀원 6명(1일 3교대)이 근무한다. 대원들은 대부분 ‘물개’다. 특전사, 해병대, 수중폭파대(UDT), 해난구조대(SSU) 등 특수부대 출신.
한강순찰대 시절부터 2년을 근무한 남기태 경장은 “30여 명을 구조하고 시신 70구를 인양했다”고 말했다.
▽구조의 어려움=아무리 담력 강한 대원이라도 사람인 이상 시신을 수습하는 데 무서움이 없을 리 없다. 수중 인양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한강의 물속 시정(視程·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은 약 30cm. 강바닥을 더듬어 ‘물컹’ 하는 느낌으로 시신을 찾아야 한다. 초보자들은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 위로 올라온다.
대원들은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해 구조했는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대할 때 난감해 한다.
지난해 자살하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던 20대 여성을 구조했던 홍정표 경장은 “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왜 살렸느냐며 때리고 꼬집어 당황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종보 대장은 “부임 후 투신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있어도 ‘참을 인(忍)’자를 한 번 더 가슴에 새기고 세상을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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