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대령 의문의 죽음… 사무실 소파서 허리띠 목에 두른채 숨져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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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의 군납 비리 수사를 앞두고 수사 대상인 해군 대령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은 25일 오전 7시경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감찰실 소속 장모(해사 32기) 대령이 자신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밝혔다. 장 대령은 자신의 허리띠를 목에 두른 채 숨져 있었으며, 행정병인 박모 상병이 이를 발견해 신고했다. 해군은 장 대령의 사무실에서 A4 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했다.

장 대령은 24일 오후 10시 20분경 당직실에서 비상열쇠를 받아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은 “군의관과 수사관의 조사 결과 타살 정황이 없고 장 대령의 목에 걸린 허리띠가 그 자신의 것인 데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을 미뤄볼 때 자살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26일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장 대령이 유서에서 군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해군 고속정 선체 보강 사업의 방탄재 납품비리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썼다고 밝혔다.

유서에는 또 2002년 해군 서모 중령이 방탄재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뇌물로 받았으며 이를 다시 장 대령이 받아 사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대령은 해군 군수사령부 조달부장, 서 중령은 담당처장으로 일했다. 해군은 최근 납품업체가 서 중령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제보해 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군 측은 장 대령이 해군본부 감찰실에서 일하며 군납 비리에 대해 군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것을 알고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고속정들의 선체가 과거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통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20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방탄철판’을 두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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