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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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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이주기구(IOM)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근무하는 이정혜(李貞慧·39) IOM 노동이주담당관과 전혜경(全惠敬·37) UNHCR 재원조달부 보좌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흔히 ‘국제공무원’이라고 하지만 해외 이주민과 난민 문제를 다루는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세계를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는 ‘국제아줌마’이기도 하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미국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씨는 컴퓨터 관련 개인사업을 하는 미국인 남편과 세 살배기 아들이 있다. 이 씨의 요즘 고민은 집에서는 영어와 한국어, 유치원에선 프랑스어를 해야 하는 아들의 언어교육 문제.
이 씨는 지금 카자흐스탄으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출장을 다니며 이주노동 관련 국가프로그램의 자문역을 했던 지역이지만 떨어져 있어야 할 가족들을 생각하면 고민이 크다.
전 씨는 벌써 몇 년째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UNHCR 근무를 시작한 이래 남편과 떨어져 살아 왔다. 최근엔 네 살배기 딸을 보살펴 주던 어머니가 귀국하는 바람에 딸도 함께 딸려 보내야 했다.
전 씨는 어려서부터 이주생활이 익숙한 터라 “아마 타고난 운명인가 보다”고 말한다. 그는 일곱 살 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뒤 다시 미국으로 옮겼다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서 난민 문제를 전공했다.
전 씨는 난민 문제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 가고 싶지만, 남편은 “다른 곳도 많은데 하필 가장 위험한 지역이냐”며 결사반대다.
두 국제아줌마는 “근무지 하나 옮기는 것도 고민스럽고 힘든데, 어쩔 수 없이 옮겨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겠느냐”며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제네바=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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