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이번엔 ‘영장’ 마찰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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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문제로 불편한 관계인 검찰과 경찰이 영장 발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조사를 받던 은평구 불광동 수경사(修鏡寺) 승려 남모(51·여) 씨와 주지 김모(75) 씨가 잠적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검찰이 늑장을 부려 피의자들이 도주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달 20일 남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30일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4차례 체포영장 및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강수사를 이유로 번번이 기각했다는 것.

또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의 김모 경위는 자신이 수사한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되자 4일 사표를 냈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주가를 조작해 6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환경업체 D사 대표 배모(49) 씨 등 7명에 대해 서초경찰서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으면 사건이 끝나지만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혐의에 대한 명확한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 보강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가진 게 수사권밖에 없다면 경찰이 가진 것은 묵비권밖에 없다”며 최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총장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권한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사실 검찰의 권한은 수사권밖에 없다”며 “검찰이 무슨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처럼 비판하면서 검찰권이 세니까 나눠 줘야 한다는 얘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허 청장이 김 총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자 검찰 측 수사권 조정팀장인 박상옥(朴商玉)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검찰이 가진 게 수사권밖에 없다는 것은 경찰처럼 보안, 정보수집, 인허가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소추를 전제로 한 수사권만 갖고 있다는 의미”라며 “맥락을 무시한 채 말꼬리를 잡는 식의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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