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대책 수정 안팎]대형할인점 영업시간 제한추진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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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자영업자 대책’과 ‘재래시장 대책’ 등을 발표한 지 1주일도 채 안돼 수정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도외시한 정책이다’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론에 정부가 손을 든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높아진 과표(세금 부과의 기준) 때문에 부동산 거래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에도 무반응이었다. 여기에 자영업, 재래시장 대책까지 졸속으로 발표했다가 여당인 열린우리당까지 ‘중산층과 서민의 반대편에만 서고 있다’고 반발하자 수정 보완으로 물러섰다.

▽당정의 민심 달래기=미용실, 세탁소, 빵집을 열 때도 시험을 보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등 진입 장벽을 높인 자영업 대책에 대해서는 ‘자격증 못 따면 뭘 먹고 살란 말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 업종은 대표적인 개인서비스업으로 업주 대부분은 서민과 중산층이다. 미용업소만 해도 2004년 말 현재 전국에 8만2207개가 있으며 종사자는 15만 명이 넘는다.

6일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영업 발전을 위해 안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과 의원들께 걱정을 끼쳐 드렸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원혜영(元惠榮)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자격증제도를 자영업 창업의 ‘규제 수단’으로 쓰는 데 대해 의원 대다수가 우려를 표시했다”며 “향후 세탁업 등에서 자격증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인센티브의 수단’으로 쓰는 게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경쟁력 없는 재래시장은 퇴출한다’는 재래시장 대책에도 여당 의원들은 ‘서민들의 민심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일부 의원은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산업자원부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 중 이런 정책을 쓴 나라가 거의 없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이상민(李相珉)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 부위원장은 “조만간 당 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형 할인점의 영업시간 규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남은 숙제=정부는 이날 2007년까지 100만 개 점포에 대해 창업 및 경영 컨설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래시장에 대해서도 경영컨설팅 등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시장 육성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컨설팅 확대 등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 특히 창업 컨설턴트는 아직까지 자격 검증절차도 없어 상담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희천(金熙千)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컨설팅 비용은 정부가 주고 상담은 자영업자들이 받는다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눈먼 예산’만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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