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출동에 거짓말까지… 못믿을 해경

  • 입력 2005년 5월 23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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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두 가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부도 보트침몰사고 당시 해경이 늑장 출동했을 뿐 아니라 허위로 해명한 사실까지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사고 지점인 경기 화성시 제부도 남서쪽 1.2마일 해상에서 불과 20여 분(10km) 거리인 인천해양경찰서 대부파출소 인근 부둣가에 경비정 S-37정(3t급)이 정박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배는 15일 오후 9시 55분경 인천해경 상황실로부터 출동명령을 받았지만 무려 2시간 45분 뒤인 16일 0시 40분경 출발해 20분 만인 오전 1시경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인 유가족 구자경(29) 씨가 15일 오후 7시 55분 인천해경 전곡출장소에 신고한 뒤 5시간이 지나서였다.

S-37정이 도착하기 45분 전인 16일 0시 25분경에는 사고해역에서 67km 떨어진 곳에 있다가 출동명령을 받은 P-100정(100t급)이 현장에 도착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해경은 유가족들이 ‘늑장출동’을 이유로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자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P-100정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해경은 또 뒤늦게 S-37정이 사고지점 지척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자 “이 경비정은 항해 장비가 열악한 데다 사고 해역에 양식장이 많아 항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비정은 스크루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공기부양식으로 작동돼 양식장 주변을 쉽게 운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청은 22일 인천해양경찰서장과 해상안전과장, 상황실장 등 인천해경 간부 5명을 직위해제했다.

해경은 또 본청 경비구난국장을 경고 조치하고 관련자 8명을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 징계할 방침이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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