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할인점, 50대男 도둑몰아 3시간 감금-옷 벗겨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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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대형 할인점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쇼핑객을 도둑으로 몰아 3시간여 동안 감금하고 폭언을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부산인권센터와 김모(52·부산 연제구 연산8동) 씨에 따르면 김 씨는 9일 오전 1시 25분경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계산을 마치고 1층 포장대에서 물건을 싸다가 “잠시 따라오라”는 이 할인점 직원 1명에 의해 지하 1층 보안사무실로 끌려갔다.

김 씨는 “당시 사무실 직원 5명 가운데 1명은 사무실 밖에서 문을 지키고 나머지 4명은 험악한 분위기 속에 몸을 수색하면서 건강보조식품 코너에서 물건을 훔친 사실을 시인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할인점 직원들은 김 씨에게 상의를 벗을 것을 강요해 한동안 러닝 차림으로 있게 했으며, 구두와 양말을 벗기는 등 몸을 뒤졌다는 것.

김 씨는 “훔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고 폐쇄회로(CC) TV에서도 절도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직원들은 심한 욕설을 하며 막무가내로 도둑질을 시인하라고만 했다”면서 “5시간 동안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원 중 1명이 흉기로 위협하는가 하면 스스로 자해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되자 할인점 측은 22일 오후 직원 3명과 함께 가스레인지와 쌀, 컵라면 등을 보내오며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할인점 대표와 당시 직원 5명에 대해 감금, 폭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21일 부산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할인점 측은 “김 씨의 행동이 이상해 본인의 동의를 얻어 조사를 했으며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관이 올 때까지 3시간 동안 김 씨를 데리고 있었다”면서 “쌀 등은 생활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보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인권센터는 “당시 경찰이 왔다가 인권 침해를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돌아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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