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심의 봄 발로 느낀다… 세종로-시청앞 횡단보도 설치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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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덕분에 충무공 동상을 정면에서 볼 수 있게 됐네요.”

서울 도심 한복판 세종로 사거리에 조성된 횡단보도가 시민들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우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횡단보도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세종로에 있는 충무공의 동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 교보문고∼현대해상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동상을 정면에서 바라보거나 카메라에 동상 모습을 담는 사람이 늘어났다.

19일 만난 시민 채승일(蔡丞逸·46) 씨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정면에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인도에서 먼발치로 동상의 옆면을 본 적은 있었지만 정면에서 제대로 보니 분위기가 색다르다”고 말했다.

횡단보도는 도심 가로변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증대시키고 있다. 한 회사원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교보빌딩 모퉁이의 ‘칭경기념비전(稱慶紀念碑殿·고종 즉위 40년 기념비)’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 앞 태평로에 생긴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먼발치의 숭례문이나 바로 앞의 대한문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덕수궁 돌담길인 정동길의 보행자가 태평로 횡단보도 설치 이전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통계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세종로 지하도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우울하다. 손님이 줄었기 때문. 교보문고 지하 입구 앞에서 완구류를 파는 30대 남성과 가방을 파는 중년 여성은 “횡단보도가 생겨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이전보다 손님이 3분의 1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세종로 사거리의 횡단보도 조성 공사를 19일 최종 마무리 지었다. 20일 오전 11시엔 이곳에서 시민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횡단보도 설치 기념행사를 갖는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풍선을 날리고 동아일보사 앞∼청계광장(청계천 복원구간 시점부)∼무교동 길을 거쳐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고적대 축하연주 등의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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