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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3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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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나무 심는 시기를 행여 놓칠세라 이른봄부터 부지런히 서둘렀지만 자연을 상대로 하는 일은 마음먹은 대로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수 경칩을 지나 불어 닥친 추위로 예년에 볼 수 없던 눈이 많았던 탓이다. 이름도 생소한 참나무류속의 일종인 붉가시나무와 공해에 강하고 이산화탄소의 흡수율이 높다는 백합나무 등 대여섯 수종을 심고 인부들과 함께 썩은 고목 등걸에 걸터앉아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밭에 씨앗을 넣고 난 농부의 흐뭇한 마음보다는 ‘어린 묘목들이 험한 산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 주길 바라는 마음이 딸자식을 시집보내고 돌아서는 부모의 심정과 다를 게 뭐 있으랴.
숲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근원이며 보금자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숲을 해치기 시작했다. 나무들의 영토를 점령하고 그곳에 높은 빌딩을 지었다. 숲이 없는 사막에는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망각한 채 숲을 마구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렇듯 지난날 우리의 산야는 수탈과 남벌이 성행한 수난의 역사를 겪으면서 산림이 몹시 황폐화됐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합심해 해마다 많은 어린 묘목을 조림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인공조림으로 산을 녹화한 성공 사례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받게 됐다.
산림을 잘 가꾼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은 이미 200∼300년 전부터 근대 산림법을 제정해 산림 내 형질이 불량한 나무만을 잘라 생활에 이용하게 했다. 지혜로운 준법정신으로 산림을 가꿔 온 덕분에 오늘날 선진 산림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우리와 지리적 여건이 비슷한 일본 역시 나무 한 그루 가꾸는 데에도 온 정성을 쏟는 장인정신으로 숲을 가꿔 왔기에 경제성이 높은 푸른 숲을 만들 수 있었다. 숲다운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세기에 걸쳐 국민의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공조림으로 이제 겨우 숲 모습을 갖춘 우리나라 산림은 대부분이 30년생 안팎의 청년기에 속한다. 인간도 청년기에 가장 왕성한 성장을 하듯이 나무 또한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한 생장을 하기에 육림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할 때다.
‘육림즉육인(育林卽育人)’.
숲을 가꾸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옛 선인들의 말씀이다. 숲은 정성들인 손길이 가는 만큼 우리에게 유용한 자원을 남겨 주는 법이다. 사람을 키우듯 숲을 가꿔 나갈 때 우리도 후손에게 아름답고 쓸모 있는 푸른 강산을 유산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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