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영국에서 배운다]<中>‘선택과 집중式’개발

  • 입력 2005년 3월 24일 17시 50분


《기존 도시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도시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전면 재개발을 피하고 소규모의 점진 개발방식을 써야한다. 영국 건축가들과 도시계획자들은 주민회관이나 예술센터 등 지역공동체가 사용할 공공시설을 멋있게 지어 그 주변까지 매력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재개발 방식을 쓰고 있다. 과연 건물 몇 개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자발적인 재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까. 영국 지방도시 가운데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뉴캐슬의 게이츠헤드 부두와 맨체스터의 샐퍼드 부두 지역을 찾아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방소도시에 세계 10위권 공연시설=뉴캐슬 시내 타인강변의 폐쇄된 선착장인 게이츠헤드 부두. 첫 눈에 띄는 것은 소라껍데기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건축물, 세이지 게이츠헤드 음악당이다. 애벌레의 등 또는 소라껍데기 같은 외양에 반사 재질의 겉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밑바닥 면적만 8584m²로 축구경기장 2개 크기다. 1700석, 400석 규모의 공연장 두 개와 음악연습실 25개, 리허설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클래식 공연이 주로 열리는 콘서트홀의 음향 수준은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1400억 원이 든 이 건물을 세울 때 처음에는 인구 19만 명의 도시에 과연 그 정도 건물이 필요한 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을 연 지 4개월 만에 음악당은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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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 게이츠헤드 뒤로는 1950년대 지은 제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발틱센터가 있다. 이곳도 제분소의 양쪽 벽을 헐지 않은 채 지었다.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발틱센터 사이에 있는 인도교 밀레니엄 브리지는 두 개의 아치가 열리고 접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각종 건축상을 수상했고 우표로 발행되기도 했다.

현재 타인강변을 찾는 관광객은 1년에 100만 명 정도. 게이츠헤드 지방의회의 도시계획 책임자인 데이비드 리더 씨는 “이들 건물을 건설한 뒤로 지역 인구의 감소세가 약화됐으며 올해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이 사람을 부른다=맨체스터 샐퍼드 부두는 두 곳 중 어느 한 곳이 다른 곳을 베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이츠헤드 부두와 비슷했다. 둘 다 폐쇄된 선착장 주변에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섰다는 점도 같다.

맨체스터 운하 주변의 복합문화공간인 로리예술센터와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은 타인강 주변의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발틱센터에 해당한다.

공업도시 맨체스터의 물류거점이었던 샐퍼드 부두는 2000년 이 지역 출신 화가의 이름을 딴 로리예술센터가 문을 연 이후 젊은이들의 레저 공간으로 부상했다.

기괴하기까지 한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의 외관은 전쟁의 파괴성을 상징하기 위해 지구본을 깬 뒤 생긴 파편에서 모티브를 딴 것. 독특한 건물 모양만큼 참신한 전시물들 덕택에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맨체스터 운하 주변을 찾는 관광객 수도 연간 100만 명이 넘는다.

로리예술센터와 맨체스터 대영전쟁박물관이 들어서고 지방정부가 운하 수질개선 작업을 한 뒤 이 지역은 고급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는 등 개발붐이 일고 있다.

뉴캐슬·맨체스트=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서울 충무아트홀▼

서울 중구의 충무아트홀(사진)은 한국의 세이지 게이츠헤드가 될 수 있을까.

25일 개관하는 충무아트홀은 4개월 앞서 문을 연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여건을 보면 중구는 인구 13만 명, 게이츠헤드 부두 지역은 19만 명으로 비슷하다. 또 각각 영세 의류업체가 모인 동대문 패션타운의 배후지와 폐쇄된 선착장 지역 등 노후화된 지역에 세워졌다는 점도 같다.

충무아트홀이 세계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열 수 있는 대극장을 갖춘 것도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닮은 점. ‘과연 이 정도 시설이 필요한가’ 하는 논란을 일으킨 것까지 비슷하다.

중구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충무아트홀 건설로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아 지역 개발을 촉진하고 인구를 장기적으로 20만 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세이지 게이츠헤드가 복권기금, 지역 기업의 후원금,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재원을 조달한 데 비해 충무아트홀은 전체 건립비의 대부분인 940억 원을 구비로 충당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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