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일문일답 전문

  • 입력 2005년 2월 21일 14시 23분


코멘트
△손석희 : 김대중 전 대통령님 지금 만나 뵙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대중 전 대통령 : 예, 안녕하세요.

△손석희 :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 드리고요. 며칠 남았습니다만 25일이 퇴임하신 지 2주년이 되는 날인데요. 소회랄까요. 그것도 좀 듣고 싶고 최근에 근황은 어떠신 지 듣고 싶습니다.

▲ 김 전 대통령 : 그동안 2년 동안 정치에는 일체 관여 안하고 그리고 집에서 조용히 살면서 건강도 관리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자연히 일들이 생겨서 작년에 유럽을 두 번 갔다 오고 또 중국, 말레이시아도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자연히 여기저기... 집에 사람도 찾아오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손석희 : 여쭙고 싶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잘 아시겠습니다만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가지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라고 선언했고, 또 6자 회담에는 무기한 불참, 이렇게 선언을 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태도로 나오는 이유,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결국에는 북한은 미국하고 협상을 하고 싶은데 협상이 잘 안 되니까 약간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 거라고 보는데 그러나 나는 북한의 이번에 그런 돌발적인 것은 잘못된 일이고 북한을 위해서나 또 국제적인 기대, 여기서 생각할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우리가 핵을 포기하고 검증을 받을 테니까 미국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라 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정당하고 또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것이 해결책입니다. 그러면 당당하니 6자 회담에 나가서 거기서 주장을 해야지 나가지 않겠다 하는 것은 내가 볼 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 강경파들만 도와주는 그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손석희 : 미국도 부시 행정부 2기 출범을 전후 해 북한에 대해서 예를 들면 폭압 정치의 전초기지라든가 이런 쪽에서 자극한 부분도 있지 않나 해서 요, 북한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미국의 태도도 사실은 6자 회담을 지속하려는 것처럼 보였겠느냐, 의구심을 가질만하지 않았겠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김 전 대통령 : 그러니까 6자 회담에 나가서 그 얘기하면 되지 않느냐 그 말입니다. 안 나가니까 그러면 미국 뿐 아니라 거기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도 다 실망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세계도 왜 안 나가냐 이러니까 북한이 잘못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 북한이 6자 회담 잘 안된 데 책임져야될 것 같은 그런 입장이 되니까 북한을 위해서도 잘한 거 아니다, 그 얘깁니다.

△ 손석희 : 일정부분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내지는 어느 정도 조건이 조금만 개선된다면 북한은 바로 6자 회담에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하십니까?

▲ 김 전 대통령 : 결국은 나갈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안 나가서 북한에게 이로운 것이 없어요.

△손석희 : 알겠습니다. 미국은 좌우지간 지금은 추가보상은 없다, 이런 입장을 밝히고 있고요. 그리고 최근에 여러 가지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이란하고 시리아가 아니냐. 그렇다면 북한은 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보자면 장기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던데요. 김 전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나는 지금 역시 미국에 있어서는 이라크와 이란이 선순위라고 봅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미국도 부시 정권 1기 4년, 거의 북한 문제는 진전이 없이 지냈거든요. 그런데 그 결과 어떻게 됐느냐 하면 북한이 NPT 탈퇴하고 IAEA 감시원 추방하고 그렇게 해서 지금 북한도 미국에서 볼 때는 아주 바람직하지 않는 조치를 계속 취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북한이 공언도 했지만 북한이 핵무기 몇 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정도까지 진전이 됐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것은 지난 4년 동안 적극적으로 해결 안 한 데서 온 그런 마이너스 요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한데 지금 다시 지금 일부에서 얘기하기는 미국의 강경세력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 채로 끌고 가면서 북한을 압박을 하고 또 북한을 악당으로 만들어놓고 그런 것을 구실로 해서 군비강화라든가 일본하고 군사적제휴강화, 지금 일본하고는 MD 공동개발을 해서 합의했잖아요. 협상하고 있거든요. 그런 데서 어떻게 보면 북한이 이용당하고 있는 격인데 만일 그렇다면 북한은 이것을 역이용 해 가지고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하면서 할 얘기하고 나도 내놓을 거 내놓는데 왜 당신네는 안 내놓냐, 내 카드만 내놓으라고 해놓고 자기네 카드는 안 내놓는 게 말이 되냐. 또 내가 핵무기 포기하면 그 다음에 미사일 문제 또 얘기할 거냐, 또 그 다음에 생화학무기 얘기할 거냐, 또 인권문제 얘기할 거냐, 또 장거리포 얘기할 거냐, 그런 문제에 대해서 분명히 해라 말이죠. 이러면서 북한이 왜 적극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능동적인 조치를 안 취하는지 내가 볼 때는 북한이 전략전술을 잘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손석희 : 그 부분은 지금 북한하고 미국하고 이런 서로 먼저 뭘 내놔라 이런 형국인 것 같습니다.

▲ 김 전 대통령 : 그렇지 않죠. 북한은 내놨어요. 북한은 핵 포기하겠다. 또 검증 받겠다. 그런데 미국이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바라는 안전문제, 경제체제문제,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안 내놓은 거죠. 그것만하면 일단 정상화되는 거냐, 아까와 같이 여러 가지 생화학무기나 이런 문제까지도 다 돼야되는 거냐, 이것도 확실치 않거든요.

△ 손석희 : 그런데 아까 미국의 강경파 얘기 잠깐 하셨습니다만 미국의 이른바 강경파 관리들이 하는 얘기 중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는 안보리에 북한 핵 문제를 올려야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물론 우리 정부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안보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까요? 예를 들어서 북한의 입장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반대해 줄 거라고 기대할텐데요?

▲ 김 전 대통령 : 그러니까 안보리를 미국이 가지고 가려고 할 때는 중국이나 러시아한테 사전에 합의를 받지 않고는 가지고 가봤자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으로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기에 동조할 이유가 없으니까 또 우리나라도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이해당사자로서 동조 안 할 가능성이 많고 하니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엄포지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아니죠.

△ 손석희 : 그러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안보리 상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6자 회담도 잘 되질 않고 그러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아주 최악의 카드이긴 합니다만 군사적 옵션을 얘기할 수가 있는데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그것이 아니고요. 지금 미국이 대화로서 해결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대화로서 해결하겠다면 상대방이 카드를 내놨으니까 미국도 카드를 내놓고 얘기해야죠. 지금은 그것이 핵심이에요. 북한은 핵 포기하겠다. 사찰을 받겠다. 그러면 미국은 안전보장 해주겠다. 그래 가지고 국교 정상화하고 그 다음에 또 다음 문제는 정상화 후에 얘기하겠다던가 이런 구체적인 얘기 해줘야 북한도 뭘 마음을 정할 것 아니냐. 북한 내부에는 아시다시피 군대가 모든 걸 장악해서 외교안보가 군대가 장악한 나라인데 그 사람들이 지금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적개심과 두려움 이런 걸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하는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걸 생각해서 모든 문제를 아주 명백하게 손에 쥐어주겠듯이 뭘 주겠다는 것을 얘기 하냐 안 하냐 그 단계예요. 6자 회담도 그 단계에서 하는 거거든요. 6자 회담에 나가는 각 국도 북한에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내놓을 걸 내놓도록 그렇게 미국에 대해서도 요구하는 그래서 대화가 돼야돼요 결국은 6자 회담하건 양자회담하건 문제는 북한하고 미국하고 주고받는

문제니까요. 그 문제가 해결돼야죠.

△ 손석희 : 그런데 그게 좌우지간 막혀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또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입장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실제로 대외연락부장도 평양을 방문했고요. 그런데 과연 중국이 북한을 회유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또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거든요.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중국이 북한을 말하자면 압박해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면 가능성도 있죠. 있는데, 중국이 그렇게 하려면 미국이 이렇게 해준다는데 왜 안 받냐, 이 얘기가 돼야된단 말이에요. 미국이 그것이 확실치 않으니까 중국은 북한에 가서 얘기하면 북한은 나는 내놨는데 미국은 말자하면 자기 카드를 안 내놓고 있는데 왜 나보고만 자꾸 뭐라고 하냐, 이러면 중국이 뭐라고 말하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은 평화적으로 대화로 해결한다면 결국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뭘 내놓으냐 하는 문제예요. 그래야 중국도 북한을 밀어붙일 힘이 생기죠.

△ 손석희 :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께서 보시기에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어디까지가 가장 실효성이 있고 북한으로 하여금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카드라고 보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예를 들면 남북하고 미국하고 3자가 평화협정을 맺는다든지 이렇게 해서 체제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미국, 우리나라하고 북한하고 국교 정상화하고 그리고 ADB라든가 IMF 같은데 북한이 가입해 가지고 차관도 얻을 수 있게 하고 또 일본하고 국교 정상화 해 가지고 일본으로부터 과거에 대한 배상도 얻을 수 있게 하고 이런 걸 미국이 막지 않고 용인하는 이런 태도를 취하면 문제가 풀려 가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문제를 시원하게 안 하면 그때는 가령 안보리를 가지고 간다 하더라도 중국도 반대 못 할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먼저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안 풀리는 거예요.

△ 손석희 : 결국은 그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하느냐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번에 이 관련으로는 부정적인 말씀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김 전 대통령께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는 의견도 많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니까 다 지금 북미간에도 안되고 남북관계도 대화가 안돼서 채널이 성립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면 한번 직접 나서 주시는 건 어떠냐 이런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그건 내가 말했지만 첫째 이 얘기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 방문한다는 6.15 공동선언의 약속을 지켜야 돼요. 그래서 서울 오기가 뭐하면 한국 남쪽 오면 되는 거니까 하다 못해 도라산에서 만나더라도 도라산 바로 개성 이쪽 아닙니까. 만나더라도 만나야 돼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 이건 국제적으로도 자기가 공약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거예요. 중국이나 러시아 지도자들도 여러 번 북한에 대해서 약속이행 하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그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하나의 채권 비슷한 건데 우리가 약속을 이행하도록 계속 요구해야돼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그런 문제 포함해서 이 특사를 보낼 수가 있는데 그 특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 생각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돌아와서도 계속 대통령 옆에서 보좌할 사람, 또 필요하면 또 가고 또 가고 할 사람, 그런 사람을 만들어야지 나 같이 정치 떠나서 정부 상황도 지금 잘 모르는 사람이 가서 얘기해도 상대방들이 내가 대통령에 대해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그리 큰 성과가 없어요. 나는 만일 북쪽에서요. 우리 민족문제를 상의하기

때문에 한번 좀 와주쇼, 이런 초청이 있으면 나는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특사로서 가는 것은 합당치가 않아요.

△ 손석희 : 지금 전제조건으로서 북쪽에서 만일 어떤 초청을 한다면 갈 순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 김 전 대통령 : 북쪽도 그것도 김정일 위원장이 초청해야죠.

△ 손석희 : 물론 그렇겠죠. 그동안에 전혀 그런 저쪽에의 움직임이라든가 이런 게 전혀 없었습니까, 조짐이?

▲ 김 전 대통령 : 작년에 북쪽 사람들이 왔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내가 북한에 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 그런 얘기했지만 그것이 초청이라고는 볼 수가 없고요. 그런 의사는 있었어요.

△ 손석희 : 그러나 향후 어느 때라도 만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초청한다면 가실 의향은 있다?

▲ 김 전 대통령 :갈 생각이에요. 그래야 내가 뭔가 도움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손석희 : 혹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신다던가 이런 방법을 생각해볼 순 있지 않을까요?

▲ 김 전 대통령 : 오늘 방송에 나가잖아요.

△ 손석희 : (웃음) 그래서 제가 여쭤본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까 북한 방문과 관련된 얘기, 말하자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한다면 못 갈 건 없다, 가서 얼마든지 설득할 것은 하고 그런 역할을 하겠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남북교류도 상당히 어떻게 보면 위기인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번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런 얘기를 했었죠. 당장 비료지원이라든가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인도적 지원 차원인데 그것도 조건부로 할 수 있다 라는 얘기가 나왔고요. 그것이 미국에서 압력을 넣은 것이냐 만 것이냐,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그것이 과연 맞는 대처방법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요.

¤ 김 전 대통령 : 근데 근본적으로 남북경제협력, 이 문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준다, 퍼주기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우리가 생각해보면요. 과거에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전에는 판문점에서 총소리 한번 나도, 월남전에서 미군이 철수해도 아주 공황상태가 일어나 가지고 그래 가지고 모두 도망갈 준비하고 물건 사재기하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북한이 핵무기 가졌다고 해도 아무도 끄떡 안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긴장이 완화가 된 것이 뭐냐하면 남북관계가 좋아진 덕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남북경협에서 북한에게 물론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지만 굉장히 큰 우리도 경제적 도움을 받는 거예요. 지금 남쪽에서 400조나 되는 돈이 올 데 갈 데 없어서 흘러 돌아다니고 툭하면 투기로 들어가는데 이런 게 북한으로 들어가면 말하자면 중소기업들이 대거 북한에 나가서 지금 중국이나 월남에 간 것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중소기업들이 덕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북한 경제가 자꾸 우리들한테 의존하게 되니까 결국에 경제가 의존하게 되면 북한은 협력적으로 안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21세기에 무슨 동북아시아 허브가 되니 뭐니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 출발한 기차가 갈 수 있는 그런 물류가 열리지 않으면 21세기에 있어서 동북아시아에서 물류중심이 된다는 건 가망도 없는 얘기예요. 기차가 한 발도 못 가는데 어떻게 됩니까. 그런 것 보면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21세기의 국부를 좌우하는 중대한 그런 것이 북한한테 달려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이것을 평화라든가 민족끼리 협력이다, 그런 생각을 훨씬 초월해서 우리 국가와 민족의 장래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거예요. 이런 것을 우리가 볼 때 그렇게 됐을 때 우리가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는데 그때는 압록강의 기적이라는 시대가 오는 거예요. 그런데 압록강의 기적 시대가 와야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서 말하자면 크게 국부를 증진시키고 우리가 활발한 거예요. 또 실제 지금 당장에 남북관계만 보더라도 우리가 아무래도 투자한 쪽이고 하기 때문에 덕을 더 보면 봤지 적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산가족들이 과거에 200명밖에 못 만났던 게 만났어요. 6.15 이후에 1만 명이 만났어요. 남북 간에 민간인도 한 6~7만 명이 지금 왔다갔다하고 이것은 무엇보다도 긴장이 완화가 되고 북쪽이나 남쪽 사람들이 과거에 상대방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적개심, 말하자면 편견, 이런 것이 많이 완화가 되고 지금 북한 사람들이 남쪽을 생각할 때 이웃사촌 같은 그런 방향으로 심리가 변화된 것, 이것이 얼마나 큰 겁니까. 그렇게 되니까 외국 투자가들이 온 거예요.

△ 손석희 :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쪽의 입장은 개성공단도 마찬가지고 한국이 좀더 그 부분에 있어서 신중하게 나가야되는 게 아니냐. 그래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한다, 이건 다시 말하면 상황이 악화되면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거든요.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고, 지금 정부의 입장은 잘못된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김 전 대통령 : 반기문 장관이 그렇게 얘기했다는데 상황이 악화되면 누구라도 경제협력을 계속 할 수가, 실질적인 문제에서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상황이 안 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예요. 아까 말한 것 같이 핵 문제가 해결돼야 상황이 안정적이죠. 경제협력, 비료 안 준다고 상황이 호전될 건 아니잖아요.

△ 손석희 : 알겠습니다. 최근에 여러 가지 남북관계든 북미관계든 보면 결국은 남북관계라는 것도 북미관계에 자칫 종속변수가 아니냐 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남북관계도 자꾸 진전이 안 되니까요.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이 주체적으로 역할을 해야된다 라고 주장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냐, 이건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김 전 대통령 : 남북관계하고 북미관계는 상호보완적이에요. 병행돼야 돼요.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하는 것이 오늘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에 얼마나 도움 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세 가지 확실한 원칙을 가져야 돼요.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라든가 대량살상무기 이건 안 된다. 이건 내가 북한 방문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한테 다짐한 거예요. 이건 안 되는 거예요. 그건 미국하고 우리가 완전히 일치해야돼요. 둘째는 미국하고 우리하고 동맹관계, 이걸 미국이나 우리 양쪽을 위해서 이익이에요. 우리에게 절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굳건히 유지해야돼요. 셋째가 문제인데 그것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견이 중심이 돼야된다는 거예요. 말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책에도 그렇게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손석희 : 그런데 한 가지 부딪치는 문제가요. 이것이 한반도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중심적으로 나간다는 문제하고 한미동맹문제하고 늘 부딪치는 문제가 돼 버리거든요. 그 모순은 어떻게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령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속에서 한국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죠.

▲ 김 전 대통령 : 그건 우리 외교역량에 있는 것이고 또 우리가 우리의 주도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국은 우리말만 따라라 그런 것이 아니고 거기에 있어서 미국의 일방적 의견을 밀어붙이지 말고 우리하고 충분히 협의해서 해나가자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2002년 2월 달에 부시 대통령이 서울 오셨어요. 그런데 오기 전에 1월 달에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발표하고 그때가 처음 한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나도 긴장을 하고 맞이했어요. 북한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이 상당히 강한 비난을 하면서 자기 민족 밥도 못 먹이면서 핵무기 이런 소리하고 한다 하면서 상당히 강한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 부시 대통령한테 말했어요. 지금 우리가 북한하고 대화를 주장하는데 그건 당연하지 않냐,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 아무 이유 없이 지금 외세에 의해서 분단돼 가지고 반세기가 넘었는데 우리는 언젠가 다시 통일해야 하는데 통일할 민족끼리 대화하는 것 당연하지 않냐, 또 양쪽의 군대가 2백만이 대치하고 있는데 평화를 얘기하려면 대화해야지 평화 얘기 하지 않고 전쟁이 나면 우리 민족은 양쪽이 공멸한다 이거예요. 그리고 당신한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대화는 아무리 마음이 안 맞고 밉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되면 되는 것이다, 53년 휴전협정 같은 것도 전쟁 하는 도중에도 전투하면서 대화하지 않았느냐. 레이건은 그때 소련을 공산시대 아닙니까,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했다, 그런데 악마의 제국하고 대화 했다 이거예요. 그리고 미국이 공산권을 다루는 역사를 보면 미국이 냉전이라든가 봉쇄라든가 이런 것 해 갖고 성공한 예 하나도 없다, 미국 당신네들이 쿠바를 봉쇄해서 50년 됐다 이거예요. 그런데 눈앞에 있는 조그마한 점 같은 그거 하나를 50년 봉쇄했는데 변화 못 시키고 있지 않냐,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무엇이냐, 공산주의는 봉쇄하고 압박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풀어주고 개방시키면 쉽게 변화한다는 것, 이것을 우리가 이것을 배운 거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가려고 하는 길은 제2중국, 그들의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 해 가지고 중국과 같이 경제발전 하려고 하니까 그런 방향으로 우리가 유도해서 북한도 중국 이런 식으로 변화하면 장차는 결국 민주화가 된다, 이거예요. 그렇지 않더라도 위험성은 감소된다 이거예요. 그런 얘기해서 부시 대통령이 그 의견에 동조를 했어요. 그래 갖고

기자회견에 나가 가지고 말하자면 북한을 공격 안 하겠다, 북한하고 대화하겠다. 그리고 경제원조 하겠다, 경제원조라기보다 식량 주겠다. 그렇게 발표했어요. 미국이 말하자면 북한을 압박하고 뭐하는 것은 그건 나는 성공의 길이 아니라고 봐요.

△ 손석희 :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참여정부의 대미자세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나는 참여정부가 지금 아주 힘들게 노력하면서도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왜 그러냐하면 북한하고 대화하려고 애쓰고 또 북한하고 미국하고 관계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해서 원만하게 풀어나가려고 하는 데 힘쓰고 있고 이런 것은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손석희 : 그런데 일부에서는 특히 대북송금 특검을 참여정부가 받아들이면서 북한과의 대화채널은 끊겨 있는 게 아니냐 라는 우려도 또 하고 있거든요.

▲ 김 전 대통령 : 그런데 그 문제는 별도의 얘기인데 대북송금은 그건 굉장히 잘못한 거예요. 국가의 책임자가 최고로 기밀사항 취급해 놓은 것을 그렇게 까발려 가지고 하면 앞으로 어느 나라가 우리한테 신뢰하고 대화를 하겠어요. 그리고 실제 해보니까 말하자면 국민의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정상회담 하기 위해서 돈 줬다는 것은 하나도 안 나타났잖아요. 아니라는 건 특검도 인정했거든요. 현대가 자기네 상업적 투자를 한 것, 그런데 거기서 끝이었는데 자기네 특검의 임무도 아닌 것을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현대로부터 150억 받았다고 그래 가지고 그렇게 박해를 가했는데 그것도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어요. 이런 것은 굉장히 내가 볼 때는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요즘 아무튼 북한의 핵무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듣기 불편하실 진 모르겠지만 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까 잠깐 햇볕정책이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라는 비슷한 말씀 하셨습니다만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이른바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최근에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선언할 수 있게 된 이 결과는 결국은 햇볕정책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 전 대통령 : 그건 우리가 실제 역사 보면 알잖아요. 94년, 그때 북한이 핵 문제 가지고 제1차 핵전쟁 일어날 단계에 있었잖아요. 근데 그때는 6.15남북정상회담 보다 6년 전인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요술 같은 일이 생겨난 거예요. 말이 안 되죠.

△ 손석희 : 한 가지만 더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주한미군 문제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는데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광역 기동군화에 대한 얘기가 계속 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군의 작전계획이 바뀜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한 광역 기동군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김 전 대통령 : 나는 그건 참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광역 기동군, 이건 원래 주한미군의 취지하고는 맞지 않고 한미방위조약하고도 맞지 않는 겁니다. 미국이 그런 방향으로 미국 전체의 국방정책이 움직이면서 한반도 문제도 그렇게 됐는데 그 문제를 잘못 다루면 엄청난 위험이 우리나라에 닥쳐옵니다. 광역 기동군제가 되어 가면 아마 중국이 굉장히 거기에 대해서 날카로운 반발을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인 동맹관계는 거의 해소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다시 강화됩니다. 6.25 때 생각해 보세요. 중국하고 우리하고 관계도 아주 말하자면 긴장된 상태로 들어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군이 여기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위험부담이 더 커지는 이런 상황이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미국하고 허심탄회하니 얘기해 가지고 그러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정부가 잘 해야하는데 아직 그 문제가 어느 정도 얘기가 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될 건지 모르니까 내가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하여튼 그 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라고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 전 대통령 : 예, 수고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