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중국동포 부부의 ‘형설지공’

  • 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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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조그만 성취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정보통신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18일 대구대 본관 강당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박사학위 가운을 입은 중국 조선족 동포 권성호(權成浩·34) 씨는 나란히 앉은 부인의 손을 꼭 잡으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권 씨는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 분야를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부인 방채홍(方彩虹·34) 씨와 함께 내한해 1999년 4월 대구대 대학원 정보통신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6년간 한국말을 익히는 한편 전공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동안 새벽 3시 이전에 잠을 잔 적이 거의 없다는 것.

지금까지 권 씨가 작성한 논문은 30여 편. 유학생으로서는 엄청난 성과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지난해 발표한 논문은 대한전자공학회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모교에서 7년 동안 강의를 하기도 했다.

권 씨는 “낯선 환경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 학생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잊지 않았다”며 “주위의 많은 도움에 힘입어 박사학위를 받게 돼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끝에 다음달부터 대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이용두(李龍斗) 지도교수는 “권 씨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려 주위 학생들의 모범이 됐다”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전자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씨의 박사학위를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부인 방 씨. 옌볜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방 씨는 남편을 따라와 대구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 국제교류처에서 중국 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방 씨는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는데 남편이 학위를 받고 좋은 직장도 얻어 보람을 느낀다”며 “중국에 계시는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힘들 때면 손을 잡고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고향을 생각하며 형설지공(螢雪之功)을 다짐하곤 했다. 산을 오르내릴 때에는 ‘힘이 들 때면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냐…’라는 대중가요 ‘혼자가 아닌 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권 씨 부부는 이달 말쯤 대구를 떠나 대전에 새 보금자리를 꾸밀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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