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안종묵씨-청각장애 이동엽군 서울大 음-미대합격

  • 입력 2005년 2월 2일 18시 29분


“장애 극복보다 전문성으로 인정받아 더 기뻐요.”

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으로 1명씩 선발한 음대와 미대에 각각 안종묵 씨(24·시각장애 2급)와 이동엽 군(18·청각장애 2급)이 합격했다.

안 씨와 이 군 모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교회 성가대나 동네 미술학원을 다닌 것이 ‘특별과외’의 전부.

안 씨는 실력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이러한 제도가 없었던 2000년도에 이 대학 성악과에 도전했다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형조차 거치지 못했다.

그해 수도권 모 대학에 합격했던 안 씨는 더 큰 꿈을 위해 자퇴하고 유학을 준비하다가 이 제도가 도입되자 곧바로 다시 도전한 것.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지만 일반 공책 크기에 3줄 정도로 크게 쓴 글씨만 겨우 읽을 수 있어 공부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교육방송(EBS)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송을 녹화해 이를 듣고 암기하는 방법으로 공부해야 했다.

수능시험도 일반시험지를 20∼30배 특수 확대한 시험지로 겨우 치를 수 있었다. 언어영역 시험지는 무려 100쪽이 넘어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사회탐구영역 정치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안 씨는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넘치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라며 “반드시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훌륭한 성악가가 돼 시각장애인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대 디자인전공에 합격한 이 군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동네 미술학원에 다닌 것이 전부. 하지만 이 군 역시 교내외 미술대회에서 해마다 상을 휩쓰는 재능을 보였다.

이 군의 아버지는 “공부도 공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대단했다”며 “12년 동안 일반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고3 때 크게 아팠던 사흘을 빼고는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남매 중 막내인 이 군은 “청각장애인도 쉽게 제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디자인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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