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이윤승·李胤承)는 동거하던 연하의 유부남에게 수억 원을 빌려준 대신 어음을 받아놓은 이모 씨(여)가 변심한 남자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률행위의 조건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적인 것일 때는 무효”라며 지난달 14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연하의 남자와 1988년부터 동거하면서 이 남자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 이때 이 씨는 남자가 변심하지 못하도록 ‘당신과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를 지급기한으로 정한 5000만 원짜리 약속어음 2장을 받아뒀다.
그러나 1990년 사이가 멀어졌고 급기야 이 씨가 남자를 사기와 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화해 과정에서 남자는 이 씨에게 ‘2001년 12월 31일 이전에 헤어지면 1억 원을 지급한다’는 합의각서를 쓰고 다시 약속어음을 건넸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는 끝내 봉합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불륜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받아둔 어음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당초 이 씨가 처음 받아둔 약속어음 2장에 대해서도 ‘당신과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라고 지급만기를 확정하지 않아 무효라고 덧붙였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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