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하기도 그렇고…” 검찰 ‘전윤철 딜레마’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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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상길·朴相吉)가 전윤철 감사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검찰이 김연배(金然培·한화증권 부회장) 전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구속하면서 적용한 혐의 가운데 하나가 ‘뇌물공여 의사표시’.

김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보면 한화그룹 측이 전 원장에게 뇌물을 전달하려던 상황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2002년 9월 초 김 전 사장이 전 원장과 평소 알고 지내던 한화그룹의 S 부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5억 원어치를 노란색 봉투에 담아 건네줬다. 이때 김 전 사장은 ‘전윤철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한생명의 가격을 자꾸 올려 인수협상에 차질이 있으니 봉투를 전달하면서 인수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 부회장이 서울 방배동 모 아파트 7동 전 장관의 집 앞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부탁을 하면서 국민주택채권 15억 원어치를 뇌물로 건네려 했으나 전 장관이 거절했다. 뇌물공여 의사표시를 한 혐의다.”

그러나 전 원장은 “출근길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대한생명에 대해 자문을 하겠다고 해서 ‘자문에 응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화를 내고 출근했다”며 봉투를 들고 왔는지는 기억조차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채권이나 돈 얘기가 나올 정황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를 적용하려면 상대방에게 뇌물임을 인지하도록 하고 전달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검찰 수사관계자들의 설명. 따라서 전 원장의 말대로라면 김 전 사장에 대한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는 공소유지가 어렵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혐의를 적용하려면 전 원장을 소환조사해야 한다.

만약 전 원장에게 뇌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전 원장은 뇌물임을 알고도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공무원 고발의무’를 어긴 것이 된다.

아무튼 검찰은 엉뚱하게 전 원장에게로 불똥이 튀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전 원장 부분은 좀 미숙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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