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답안' 교사, 위장전입도 주선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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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한 사립고교 담임교사가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줬던 현직 검사 아들이 이 학교에 편입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위장 전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장전입 과정에서 담임 오모 교사(42)가 지인의 주소지를 주선해주고 학생을 자신의 학급에 배정하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이 학생의 재학증명서에는 2004년 2월 19일 ‘강동구 명일동 ○○번지’로 온 가족이 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부모와 학생의 주민등록등본 주소지가 ‘명일동’이라도 실제 거주지가 다른 곳이라면 위장 전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현재 거주지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K아파트로 이웃 주민들은 “학생 가족이 2003년 10월경부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동은 강남교육청, 명일동은 강동교육청 관할로 학군이 달라 개포동 거주자가 강동구 소재 고교에 배정될 수 없고 개포동 집에서 학교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시교육청은 “일반적으로 학부모가 가져오는 학생의 편입학 서류를 오 교사가 직접 편입학 담당 교사에게 제출했으며 인원이 다른 학급에 비해 적은 오 교사반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 교사가 검사 아들을 자신의 학급에 배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주소를 옮길 당시 명일동 주소지에 살았던 J 씨(61)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오 교사가 학생 가족의 주소를 우리 집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부탁해 들어줬다”며 “이 학생은 우리 집에서 2, 3개월간 잠도 자고 밥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를 통해 오 교사가 2학기 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부터 2학기 기말고사까지 영어 수학 도덕 기술·가정 국사 사회 등 6개 과목에 대해 총 14회에 걸쳐 답안지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아들이 위장전입으로 학교에 간 것은 맞지만 오 교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미국에서 돌아온 아들이 친구들보다 1년 늦게 고교에 진학하게 돼 같은 동네에서 나이 어린 후배들과 같이 공부하길 꺼려해 아내의 먼 친척인 명일동의 한 집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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