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같은 검사님…불우고교생 폭행사건 선처 학비 지원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13분


코멘트
최정숙 검사
최정숙 검사
검사가 동료 학생을 때려 입건된 청소년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형사처벌을 하는 대신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게 도움을 준 사실이 알려져 추운 겨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최정숙(崔貞淑·37·여·사시 33회) 검사.

2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최 검사는 지난달 중순 서울 모 고교의 화장실에서 친구의 뺨을 때려 고막을 터뜨린 혐의로 입건된 김모 군(16)을 조사하다가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김 군의 어머니가 거액의 빚을 남기고 가출한 뒤 아버지는 식당주방 보조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김 군도 가을에 자전거를 타다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300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들었다.

김 군은 2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하던 차에 폭행사건이 일어났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피해학생과 합의도 못하게 되자 결국 고등학교를 한 학기만 다닌 채 자퇴했다.

최 검사는 학교를 떠난 김 군에게 전과기록까지 남으면 영영 탈선의 길로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소년범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대신 검찰청 범죄예방위원 중 한 명을 선도위원으로 위촉해 일정 기간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 선도함으로써 바른 길로 가도록 하는 제도. 최 검사는 김 군의 학교도 알아봐 경기도 소재 모 고교에 재입학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등록금과 교복을 사는 데 보태 쓰라며 70만 원을 건넸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