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수능'에 수험생-학부모 우왕좌왕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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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표가 배부된 지 하루가 지난 15일 수험생과 일선학교, 학부모들은 어떤 대학을 진학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특히 예년처럼 원점수 대신 성적분포에 따라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긴 표준점수만 통지돼 수험생들이 온·오프라인 입시컨설팅 업체나 학원으로 몰려 관련 업종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올 수능은 실력보다는 운에 따라 학교가 결정되는 '로또수능'이라는 푸념만 늘고 있다.

▽온·오프 입시컨설턴트 호황=다년간의 입시경험을 갖춘 컨설턴트가 표준점수의 원점수전환, 지원가능대학상담 등을 주로 하는 1대1 상담은 수능 직후부터 호황을 누려왔다.

A 학원의 경우 1시간 30만원을 호가하지만 원서 접수일인 22일까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10만~40만원 정도의 가격대인 다른 학원들의 상담문의전화도 폭주하고 있다.

e메일이나 전화상의 상담전화도 인기다. B 학원이 운영중인 전화 및 e메일 상담은 1건당 3000~5000원으로 수능직후에는 하루 평균 50~70건이었지만 14일에만 5000명 이상이 이용했다.

올 연말까지 무한대로 이용 가능한 이른바 '자유이용권' 5만~6만원짜리도 500여명이 구매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입시 학원장은 "올 수능은 원점수가 없어지고 표준점수만 받아봐야 아는 상황이라 학원들이 학생들의 정확한 위치추적을 대신 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H고 3학년 조모 군(18)은 "학교에서 예전자료를 갖고 상담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이나 온라인 상담을 이용 한다"고 말했다.

▽모의 지원사이트와 점수환산표도 '특수'=인터넷에서도 모의지원사이트가 급조되거나 비슷한 성적대끼리 정보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 포털사이트의 '수능연구모임' 등 대학별, 수준별, 지역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수백개씩 개설됐다.

한 카페는 고득점자를 상대로 아예 점수대별 점수공개 게시판을 마련해 서로 점수를 비교하며 지원대학을 가늠해 보고 있다.

유명대학 의대 출신들이 운영 중인 한 입시사이트는 수험생은 물론 학원선생, 교사까지 방문해 14일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도 1000여명에 이를 정도.

M학원에서 운영중인 사이트는 원점수계산, 평균점수계산 등으로 하루만에 7만명이 채점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유명학원에서 별도로 판매하는 대학배치표 2만~4만원 정도로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최대 수백만원을 제공하고 입시컨설턴트를 제공하는 전문학원도 등장했다는 소문도 퍼져있다.

▽"사교육비만 늘어" 비난 높아져=학부모 이모 씨(49·여)는 "가만 있으면 답답하고, 낙오되지 않기 위해 온라인이나 학원상담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금방 몇십 만원이 든다"면서 "교육부가 '맞춤형 교육' 입시제도라고 밝힌 것이 오히려 수험생의 대학진학 기회를 박탈하는 것 같다"라고 불평했다.

한 학원 관계자도 "학생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안쓰럽다"면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입시 정책을 짜야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제도 자주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강선보(姜善甫·교육학) 교수는 "지금처럼 제도를 자주 바꾸면 한쪽을 미봉하면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이 반복돼 결국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가 혼란스럽기만 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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