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각계서 진상조사 나서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6시 07분


코멘트
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10대 여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진상조사 활동=한나라당 진상조사단(단장 이계경·李啓卿)은 14일 오전 울산남부경찰서를 방문,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진상조사단(단장 강길부·姜吉夫)도 이날 오후 울산남부경찰서를 방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조사단은 남기룡(南基龍) 울산남부서장 등을 상대로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범인 식별실을 사용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의자를 직접 지목하도록 한 이유 △여경에게 피해자 조사를 맡기지 않은 이유 등을 추궁했다. 여야 조사단은 "경찰의 실적위주의 수사 관행 때문에 피해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도 직원조사팀(팀장 심상돈·沈相敦 인권침해조사1과장)을 15일 울산에 보내 피해자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다. 인권위는 경찰을 상대로 △피해자 신원노출 등 피해사실을 공개한 이유 △부적절한 조사로 인한 피해자의 심리적 모멸감과 불안감, 성적 수치심을 조성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의 인권보호대책=경찰청 강희락(姜熙洛) 수사국장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피해자 수사과정에서 여경 조사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여성범죄 수사교육 이수자 등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마다 여경 1명 이상을 근무하게 할 방침이다.

강 국장은 또 "지금까지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여경이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피해자가 여경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가족이나 보호자 등을 입회시킨 뒤 여경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 조사를 위한 진술 녹화실이 없는 4개 경찰서에 18일까지 진술 녹화실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은 지방경찰청장에게 소속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피해자 인권침해 방지 교육을 실시할 것을 14일 지시했다.

최 청장은 또 16일 경찰청사에서 여야 국회의원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마련, 성폭력 피해자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여성단체 반발=울산지역 여성단체로 구성된 '밀양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는 피해자 A 양(14·중3)의 가족과 함께 14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초기대응 잘못으로 피해 여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가해자 가족들로 부터 신변위협까지 받았다"며 "경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번 집단 성폭행 사건 조사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울산남부경찰서 남 서장을 울산지방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하고, 조정래(趙廷來) 울산경찰청 정보과장을 남부서장으로 전보조치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