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金복지 비판…“정치인출신 장관이라 그런가”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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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李憲宰·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여권 인사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겨냥해 “그동안 수차례 회의 때는 한마디도 않다가 느닷없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총리는 특히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까 저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형 뉴딜’ 정책에 연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의 갈등이 간단히 진화되기 어려울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4일 “그동안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부총리가 이날은 ‘김 장관 발언의 진의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여권의 다른 핵심관계자도 “재경부가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장관측에선 이번 파문으로 김 장관의 위상과 입지가 커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GT(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여론 조사를 보면 김 장관 발언을 지지하는 사람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재경부는 국고를 책임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통장인 국고와 연기금을 한데 섞어 놓으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재경부는 연기금 운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국민여론”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다만 김 장관은 “노 대통령을 직접 뵙고 말씀드리면 상당히 이해해 주시리라 보며 ‘장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말하는 게 적절했느냐’ 하는 지적은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김 장관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질 예정인 ‘사랑의 열매’ 증정식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대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를 전후해 두 사람은 잠시 따로 만나 이번 국민연금 파문에 관해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등 당정 여러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심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할 말은 많지만 결과적으로 이 부총리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내일 대통령을 만나면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얘기 하겠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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