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자치권’ 요구 일리 있다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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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부산시가 지금까지 부담해 온 중학교 교원 봉급을 내년부터 못 내겠다고 나섰다. 중학교가 의무교육 대상이므로 교원 봉급도 중앙정부가 대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돈을 낸 만큼 교육행정 권한도 달라는 주장이다. 교원 봉급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대립이 볼썽사납기는 하나 지자체의 교육자치권 요구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향평준화’로 치닫는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교육평등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세계가 국가생존을 위한 교육개혁에 매진하는데 우리나라에선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박탈된 가운데 정부가 배정해 주는 학교에 입학해 교사가 잘 가르치든 못 가르치든 불평 없이 졸업해야 한다. 더구나 대학마다 지역균형선발제도가 실시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등급제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학력이 우수한 서울시와 부산시 학생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설립은 번번이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 부닥쳐 왔다. 지역의 특수사정과 주민 여망을 반영하고 우수한 자원을 활용할 방안이 사실상 봉쇄된 것이다. 서울시가 2800억원, 부산시가 500억원을 부담하면서도 지역교육사업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지자체가 지방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청사(廳舍)를 짓거나 소비성 행사를 벌이며 지역발전이라고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공교육부터 경쟁력 있게 키우면 지역균형발전은 저절로 따라온다. 교육부는 서울시와 부산시의 불만을 무시하고 법 개정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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