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이상기류’…중요현안마다 마찰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8시 40분


코멘트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평온해 보이던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요 현안에서 갈등과 마찰이 일고 있는 것.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와 검찰이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최근 법무부에 감찰실을 새로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행정자치부에 감찰실 설치에 따른 직제 개편안을 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관련 조항에 ‘수사 중인 사건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사 중인 사건의 감찰을 허용하면 정치권 등 외부에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수사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와 행자부에서는 이 같은 단서 조항 신설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으며, 법무부도 대검 의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은 또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발단은 정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尹彰烈)씨가 최근 정 전 의원의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당초 진술을 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 수사 검사는 윤씨의 이런 태도가 정치권의 영향 탓이라고 생각하고 윤씨를 구치소에서 소환해 “위증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부 고위 간부는 서울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가 왜 사건 당사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느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을 보고받은 검찰 고위 간부는 “검사가 공소 유지를 충실하게 하려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며 반박했다고 한다.

이후 윤씨는 재판에서 “정 전 의원에게 준 것은 뇌물이 아니고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나 법원은 11일 선고공판에서 윤씨의 진술 번복을 인정하지 않고 정 전 의원에게 뇌물죄를 그대로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국가보안법 사수 결의대회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대검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법무부는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검찰은 “집회 자체에 심각한 불법성이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장관은 6일 전국 검찰청에 “앞으로 국보법 개폐 논의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처하라”고만 지시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 같은 ‘엇박자’는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a이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 검사는 “강금실(康錦實) 전 장관 시절에도 갈등이 있었지만 ‘검찰의 중립과 독립’에 관한 한 이견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