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 칼은 일본도”

  • 입력 2004년 10월 9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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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많은 논란 끝에 이전이 백지화 된 서울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칼이 일본도’라는 주장 때문이다.

최근 ‘조선의 무기와 갑옷’이란 책을 펴낸 민승기씨(37)는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공인회계사가 직업이지만 ‘고죽의 칼 이야기(http://home.naver.com/kojook/)’란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로 이쪽 분야에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자랑한다.

민씨는 8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의 칼이 일본도라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칼의 길이. 조선칼 환도(環刀)는 손잡이를 포함해도 길이가 평균 80cm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게 특징. 반면 일본도는 환도보다 20cm 정도 긴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보다 더 긴 칼도 실전에서 많이 사용됐다는 것.

민씨가 유추한 동상의 칼 길이는 130~150cm. 충무공의 키(170cm로 추정)와 동상높이(9m)의 비율을 고려해 계산 한 것이다.

그는 또 ‘현충원에 보관되어 있는 이순신 장군 장검(약 197cm)을 모델로 했지만 위엄 있고 안정감 있는 윤곽과 자태를 갖도록 하기 위해 칼과 갑옷의 길이는 전체적 형태에 맞도록 조금씩 조정했다’는 동상 제작자(고 김세중 서울대 교수 기념사업회) 측의 해명은 길이 차이가 너무 커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둘째 칼날의 휨 정도.

환도는 거의 직선에 가까울 정도로 칼의 휘는 정도가 적다는 게 특징. 그런데 동상의 칼은 휨 각이 큰 편으로 일본도에 가깝다는 것.

민씨는 “충무공 동상의 칼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칼의 형태”라며 “고증이 잘 됐든 안됐든 일본 칼의 특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갑옷도 중국식 피박형 갑옷”이라며 “철저한 고증을 거쳐 동상을 다시 제작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순신 장군은 활의 나라 조선의 장수답게 매일 활을 쐈다”며 “만일 동상을 새로 만든다면 칼 보다는 활과 화살을 손에 쥐고 있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사실‘일본도’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상천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는 저서 ‘알몸 박정희’에서 민씨와 같은 주장을 했다.

최 교수는 책에서 세종로의 충무공 동상을 볼 때마다 이순신 장군이 “입으로는 호국영웅이라고 떠들면서 왜 왜놈 칼을 쥐어놓았는가? 너희는 조선 칼은 직선이고 일본 칼은 휘었다는 것도 모르는가? 내가 사무라이란 말인가? 천하의 고얀 놈들!”이라고 호통을 치는 것 같다고 적었다.

한편 지난 1968년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세운 이순신 장군 동상은 조각가 고 김세중씨의 작품으로 좌대 높이 12m에 동상 높이 9m다. 이 동상은 지난 36년 동안 서울 한복판에서 위용을 과시했지만, 한쪽에서는 박정희로 대표되는 군사정권의 유물이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특히 귀화한 러시아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는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의 헌납과 ‘공신’김종필의 주관으로, ‘지식권력’을 대표하는 서울대 김세중 교수의 손으로 만든 동상인 만큼 ‘박정희 주의’와 관련이 깊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가 가장 철저하게 배운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 군국주의를 이식, 재현하는 과정에서 1890년대 부터 ‘장군동상문화’까지 소화했다”며 “박정희가 야스쿠니 신사에 세워진 현대적 병부의 창립자이자 서양 병법의 도입자인 오무라 동상을 보고 받은 인상을 기억해서 비슷한 이순신 동상의 건립을 지시한 것은 아닐까?”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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