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익명의 70대 在美 독자 장학금 등 1100만원 기탁

  • 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40분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꿈나무재단에 성금과 함께 한 독자의 사연이 담긴 쪽지가 접수됐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익명의 독자가 “결핵환자들과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한국에 있는 고향 후배 김길환씨(66)를 통해 1100만원을 기탁한 것.

올해 70세라는 이 독자는 자필 쪽지에서 “20대 초반 갑자기 결핵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는데 동아일보의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무료요양원을 알게 됐다”며 “치료를 받은 보답으로 어려운 이민 생활에서 틈틈이 모은 돈을 기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북 고창의 한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결핵이라는 병마까지 겹쳐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전남 여수의 무료 결핵환자촌을 소개한 본보의 기사를 보고 그곳에서 진료를 받으며 6년여를 생활했다. 하지만 1959년에 찾아온 초특급 태풍 ‘사라’에 환자촌이 휩쓸려 가 버렸다. 그 후 병은 더욱 악화됐지만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1968년 다시 본보에서 공주국립결핵요양소를 소개한 기사를 접하게 된 것.

그는 이곳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한 뒤 주한미군과 결혼한 누이동생의 초청을 받아 1978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갔다.

현지에서 식당종업원 등 온갖 허드렛일로 푼돈을 모아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부인과 함께 장성한 자녀의 도움을 받으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는 1100만원 중 1000만원은 동아꿈나무재단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그리고 100만원 중 50만원은 보건복지부 결핵기금에, 나머지 50만원은 동아일보 구독자 중 가장 생활형편이 어려운 결핵환자를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나이 칠십이 되도록 동아일보를 비롯해 저를 도와 주신 분들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했습니다. 이제 편안히 인생의 석양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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