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편지 썼다더니… 유영철 법정 난동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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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유영철씨(34)가 21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석을 뛰어넘어 재판부를 향해 돌진하는 난동을 부렸다.

이날 난동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황찬현·黃贊鉉) 심리로 열린 공판 말미에 증거물 확인이 끝나고 예정됐던 증인 심문이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무산된 뒤 일어났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은 다음달 5일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유씨는 “경찰과 검찰은 물론 재판부도 신뢰하지 않는다. 안 나오고 싶다”며 버텼다.

재판부는 “신뢰하든, 않든 그건 피고인 내심(內心)의 의사”라며 “법적으로 피고인은 재판에 참석하게 돼 있다.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라”고 거듭 재판 출석을 설득했다.

그동안 낮은 목소리로 답변을 했던 유씨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유씨는 “안 나오겠다고 했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는 게 아니라 안 나오겠다고요”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순식간에 피고인석을 뛰어넘었다.

유씨는 재판부와 피고인석 중간에 놓인 법원 속기직원 책상 위로 넘다가 책상 위 컴퓨터 등에 걸려 넘어졌다. 그 순간 교도관, 법원 경위 등 10여명이 유씨를 제지했다. 유씨 바로 앞에 앉아 속기를 하던 법원 여직원은 혼비백산해 소리를 지르며 방청석으로 피했다. 여성 판사를 포함해 3명의 재판부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판사들은 “재판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유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 위해 ‘감정유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씨는 재판 도중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살인사건은 내가 한 게 아니라 검찰이 경찰수사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진범은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물증이 없는 사건에 대해 부인을 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고단위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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