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하버드 유학생들, 저소득 청소년 대상 여름학교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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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한국인 유학생회가 올 여름 운영한 ‘흑기사 여름학교’의 수료식이 19일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렸다.- 김동주기자
미국 하버드대 한국인 유학생회가 올 여름 운영한 ‘흑기사 여름학교’의 수료식이 19일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렸다.- 김동주기자
“흔히 ‘흑기사’라고 하면 위급한 상황에서 남을 돕는 사람을 말하잖아요. 저희도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진정한 기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 하버드대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17명이 이 지역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름 내내 운영한 ‘흑기사 여름학교’의 수료식이 거행된 것.

흑기사(HCKISA)는 ‘하버드대 한인 유학생회(Harvard College Korean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따와 한국식으로 발음해 만든 이름.

회장을 맡고 있는 공승규씨(23·경제학 전공)는 “장난스럽기도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씨가 바로 기사도 정신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름학교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중구청의 주선으로 중학생 15명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청소년들도 수준 높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가르친 이들 역시 거리감을 없애고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름학교의 테마는 ‘배워서 남 줘라’였다.

수료식도 남달랐다. 청소년들은 가르침에 대한 보답의 표시로 별주부전 심청전 등을 영어로 각색해 연극을 공연했고 유학생들은 15명의 청소년 모두에게 졸업장과 함께 기발한 이름이 붙은 상장을 수여했다.

동생은 결석이 잦았으나 자신은 꿋꿋이 개근해 ‘가문의 영광’상을 받은 송혜진양(13·장원중 1)은 “함께 즐겁게 공부하고 모두가 상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을 맡았던 곽준엽씨(22·정치철학 전공)는 “한 나라의 근간인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면서 “내년부턴 미국의 다른 학교 한인학생회와도 연계해 더욱 풍성한 여름학교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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