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한밤 긴급작전 수몰위기 마을 2곳 구했다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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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둑을 폭파해 마을을 구하라.’

장대비가 쏟아지던 18일 밤 특전사 예하 육군 1179부대에 특명이 떨어졌다.

이날 오후 9시50분경 특전사 부대 상황실에는 광주의 한 119대원으로부터 급박한 목소리가 전달됐다.

“저수지 둑이 넘치려 합니다. 폭파공법으로 저수지 둑에 물길을 내 주십시오.”

특전사 대원들이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 광주 북구 운정동 운정저수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10시40분경.

길이 74m, 높이 7m의 둑에 저수량 2만t 규모의 이 저수지 아래쪽에는 어운 주룡 등 2개 마을 200가구 600명의 주민이 저수지 둑이 무너지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창규 팀장(38·소령)과 부사관 7명 등 8명으로 구성된 특전사 폭파팀은 이미 검은 물결이 둑 정상을 넘실거리는 현장을 보고 곧 바로 폭약에 전기뇌관을 연결해 19일 0시경 첫 번째 폭파스위치를 눌렀다.

이어 오전 1시40분까지 3차례에 걸친 폭파작전으로 여수로(물넘이 둑) 부분의 높이를 1m 낮춰 결국 둑 전체의 붕괴를 막는 데 성공했다.

이 팀장은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폭약량을 계산해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포인트”라며 “둑 전체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도 걱정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현지 주민을 비롯해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과 농업기반공사 담양지사 직원 등 100여명이 나와 가슴을 졸이다 특전사팀이 성공적으로 물길을 내자 큰 박수와 환호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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