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노조, 김선일동영상 빗대 퍼포먼스

  • 입력 2004년 8월 3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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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1일 광주 조선대 내 생활협동조합 앞에서 고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을 패러디해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이 회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졌다.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1일 광주 조선대 내 생활협동조합 앞에서 고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을 패러디해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이 회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졌다.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돼 숨진 고 김선일씨의 참수 장면을 패러디해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파업 중인 LG정유 여수공장 노조원들은 1일 오후 광주 조선대 내 생활협동조합 앞에서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팀별 장기자랑을 하면서 김씨의 참수 장면을 빗대 LG정유 회장을 처형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은 3일 LG정유 노조 홈페이지 ‘가족의 소리’에 올려졌으며 이후 디지털카메라동호회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등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문제의 사진은 두 장으로 한 장은 ‘방송이 공개하는 ○○○ 공개 처형 비디오’라고 적힌 현수막을 노조원들이 들고 있는 장면이다.

다른 한 장의 사진은 LG정유 회장 역할을 맡은 노조원이 헝겊으로 눈이 가려진 채 두 팔을 들고 있고 뒤에서는 붉은 복면을 한 노조원 3명이 막대기로 회장을 위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밑에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멋진 역할극을 준비하신 ○○○ 동지들 시나리오 구성을 탄탄하게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란 글이 적혀 있다.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ID가 ‘misles’인 네티즌은 “김선일씨 가족이 이 패러디를 보면 뭐라고 할까요. 해도 너무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온 국민을 울분에 빠뜨렸던 사건까지 패러디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입장을 표현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는데 본의 아니게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게 됐다”면서 “잘못을 반성하며 고인의 가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한편 LG정유 노조원 600여명이 조선대에서 4일째 집단 농성을 벌이자 조선대 홈페이지에는 이들 노조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김모씨는 “노조원들이 슬리퍼를 신고 윗옷을 벗은 채 다니는 모습은 휴양지에 놀러 온 게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박모씨는 “대학본부와 총학생회는 노조원들이 대학에서 머물 수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정유는 지난달 19일 노조 파업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여수공장의 원유 정제공정과 유화제품 제조공정이 2일 정상화된 데 이어 3일 중질유분해공정(RFCC)도 본격 가동돼 모든 공정이 정상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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